총리에 물 뿌리고 의원들 우르르…코소보 의회서 '난투극'

13일(현지시간) 코소보 의회에서 알빈 쿠르티 총리가 연설하는 도중 야당 의원으로부터 물세례를 받으면서 여야 의원들 간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총리는 황급히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소동은 쿠르티 총리가 북부 세르비아계 주민들과의 긴장을 완화할 정부 방안에 대해 연설하는 도중 야당인 코소보민주당 의원들이 총리를 코가 긴 피노키오처럼 묘사한 작은 그림을 연단 앞 아래쪽에 올려놓으면서 시작됐다. 총리가 이 그림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연설을 이어가는 도중, 뒤에 앉아 있던 베스니크 비슬리미 제1부총리가 이 그림을 들고 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찢어버렸다.

곧이어 코소보민주당의 메르김 루슈타쿠 의원이 걸어 나오며 연단을 향해 다가가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그는 연설 중인 총리에게서 약간 떨어져 그를 향해 물을 뿌렸고, 연단 바로 뒤에 앉아 있던 비슬리미 부총리에게도 물을 마저 뿌렸다. 이는 결국 여야 의원들의 드잡이로 이어졌다.

연단으로 우르르 몰려든 의원들은 서로 몸을 밀치고 주먹질까지 하면서 거센 몸싸움을 벌였다.

이때 쿠르티 총리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밖으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소보 야당 의원들은 그동안 북부 세르비아계 지역에 대한 쿠르티 총리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쿠르티 총리는 전날인 지난 12일 세르비아계가 다수인 북부 지방 청사 4곳에 배치된 경찰 인원을 줄이고, 이번 사태를 촉발한 지방선거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쿠르티 총리가 몇 달 시간을 허비하면서 코소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국가의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코소보에서는 5월 북부 세르비아계 주민 대다수가 보이콧한 지방선거에서 알바니아계 시장들이 당선된 이후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한 도시에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알바니아계 시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평화유지군과 충돌해 나토 평화유지군과 세르비아계 주민 수십 명이 다쳤다.

쿠르티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으로부터 이 지역 긴장을 해소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