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중·러 앞에 두고 "北행태 변화위해 국제사회 단결해야"

EAS 외교장관회의 참석…지지부진 안보리에 '중러 역할 촉구' 해석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일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 외교인사 면전에서 "북한의 행태 변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단결해야 한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 EAS 차원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더 확고함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반대로 매번 북한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북한 ICBM 발사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EAS는 2005년 출범한 아세안 전략적 협의체로 아세안 이외에도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 등 총 17개국이 회원이다.

올해는 회의에 중국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러시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참여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 규탄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4분여의 짧은 발표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EAS를 포함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진행되는 기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사실을 상기하며 이번 발사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 아세안 외교장관 성명을 높이 평가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이와 관련한 국제 사회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측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 발언도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EAS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해하는 우크라이나 문제,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의 기존 입장을 분명하게 다시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자 국가주권,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 존중이라는 국제질서의 근본 원칙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박 장관과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박 장관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이 지역 평화와 안정이 역내 및 세계 경기회복의 핵심임을 지적하며 규칙 기반 질서와 유엔해양법 협약 등 국제법에 기반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확립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특별 작전'이라는 용어를 쓰며 자국 행동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왕이 위원은 보호주의·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반대, 냉전적 이분법적 사고 반대 등 기존 중국의 입장을 EAS 참석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특히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 등을 겨냥한 듯 '누가 현상변경 세력인가'라고 반문하며 대만의 독립 의지가 대만 해협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