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 첫날 자국 내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영주권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네덜란드 연립정부가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붕괴한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도 같은 이유로 내년에 위기를 맞을 수 있어 보인다.
Daniel Henninger WSJ 칼럼니스트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반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따라 긴 장벽을 건설해 불법 입국을 막겠다고 했다.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은 상반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미국이 일관된 이민 정책을 수립할 능력이 없음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에 장벽을 세웠지만, 막상 명확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역사를 고려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제대로 된 이민 정책 없는 美
최근 미국인들은 자국 역사 중에서 노예 제도와 성 정체성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외의 역사에는 무관심하다. 역사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역사는 ‘이민자들이 미국을 건설했다’로 흔히 요약된다. 이 문구에서 그동안 ‘이민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미국을 건설했다’에 더 주목해야 한다.1820년부터 유럽계 등 이민자들은 미국 동부 해안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한 세기 안에 도시를 세우고 기술을 개발해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토대를 마련했다. 새로운 인구와 풍부한 노동력, 새로운 돌파구 등 미국의 역동성은 멈출 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멈출 수도 있다.미국과 유럽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미국 여론은 이민 감소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대부분이 불법 이민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합법 이민에까지 반감이 커지고 있다. 2020년 이후 미국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 수는 16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영향도 반영됐다. 반면 영주권을 받기 위해 수년 동안 대기하며 합법 이민을 원하는 사람 수는 900만 명에 달한다. 문제가 있다.
성장 위해 필요한 이민
유럽에서 반이민 포퓰리즘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적인 이민 정책을 앞세우며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그보다 더 강경한 의견을 냈다. 미국의 이민 정책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수십 년 동안 실패했다. 하지만 이민자 감소는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미국이 합법적인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현재 미국인의 손자 세대는 인구수로 중국·인도에 밀리는 나라에서 늙어가게 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인구로 미국을 압도하고, 앞지르게 될 것이다.바이든 행정부의 느슨한 이민 정책 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장벽 정책이 4년 더 지속된다면 미국은 후퇴할 것이다. 미국은 더 나은 시대를 향해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멈추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A Great, Destructive Migrant Mes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