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행 4년 넘었는데도 혼란스런 직장괴롭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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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급증…대부분 법위반 아냐직장 내 괴롭힘법(개정 근로기준법)이 2019년 7월 16일 도입된 이후 시행 4주년을 맞았다. 법 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그만큼 직장 문화 개선에 일부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모호한 규정과 신고 남발 등으로 현장에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잉·허위 신고 줄일 대책 세워야
곽용희 경제부 기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0년 5823건에서 2021년 7774건, 2022년 8961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6월까지 4043건을 기록했다. 하루평균 20건 이상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하지만 행정력이 개입할 정도로 심각한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소 건수가 211건에 불과해 기소율도 0.7%에 그친다. 고용부가 개입하거나 검찰 송치된 사건 비중은 13.2% 수준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법 위반 없음’ ‘취하’로 결론 났다. 한 직장인은 업무 시간에 연락이 되지 않는 후임에게 “연락이 왜 안 되냐”고 문자를 한 번 보내고 전화 한 통 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신입사원에게 업무 분장을 했다가 “동의 없는 일방적 업무 떠넘기기는 괴롭힘”이라는 이유로 신고 처리됐다. 모두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 사례다. 금전적 보상을 노린 허위신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허위 신고자 87.8%가 피신고자에게 신고 전 보상을 요구했다.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신고 급증’에는 괴롭힘 판단과 관련한 모호한 기준이 한몫했다. 현행법은 직장 괴롭힘에 대해 ‘직장의 지위·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빈도나 강도와 관련한 객관적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제재하는 법규를 운용하는 국가 중 한국만 객관적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고용부는 연구용역 등을 거쳐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을 전문 민간기관, 노동위원회 등 외부 조직에 맡길 계획이다. 관련 신고가 급증해 고용부 근로감독관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괴롭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허위 신고에 대한 제재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지난 4년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