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 무거워진 HMM, 새 주인 찾기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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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1조 영구채 주식전환▶마켓인사이트 7월 14일 오후 4시 32분
국민 돈으로 HMM 회생 도왔는데
산은이 주식전환 포기하면 배임
이런 우려 없애려 정공법 택한듯
남은 영구채 1.7조 '넘어야 할 산'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거둘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다.”(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총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처리는 HMM을 매각하는 데 복잡한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문제였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매각이 어려워지고 상환 요구를 수용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배임 논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정공법’을 택했다. 배임 우려를 안고 매각하는 대신 당장 10월에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 규모의 영구 CB와 BW는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산은은 잠재 인수후보 부담이 커져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산은 “원하는 만큼만 사가라”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물밑에서 유력 인수 후보군을 만나 10월 1조원 규모 영구채의 주식 전환 계획과 매각 구조를 설명하며 인수 의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산은은 인수 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구채 전환으로 신규 발행되는 주식은 원매자가 원하는 만큼 사갈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다는 입장이다. 1조원 규모의 영구채 주식 전환 이후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구주의 지분 가치는 40.65%에서 약 29%로 떨어진다. 최소 29%에서 영구채 전환으로 새롭게 발행된 주식을 포함한 지분인 최대 58% 사이에서 인수 측이 원하는 만큼 사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산은은 HMM 매각 이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도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산은은 매각 옵션 역시 다양하게 열어놓고 있다. 10월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도 상황에 따라 되돌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전환가격(5000원)에 비해 HMM 주가(1만9400원)가 네 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지만 HMM 주가가 떨어져 전환가격에 근접하면 조기상환을 받아주더라도 배임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MM의 매각 규모가 워낙 커 인수 후보군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산은이 연내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계약 조건을 양보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잔여 영구채는 주주 간 계약으로 풀 듯
10월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여전히 1조6800억원의 잔여 영구채가 남는다. 내년 HMM의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물량이 9600억원, 2025년 물량이 7200억원이다. 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산은과 해진공이 10월분 영구채만 주식으로 전환해 구주와 함께 모두 팔더라도 남은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하면 3억3600만 주가 새로 발행된다. 0으로 떨어진 정부 지분이 다시 30.5%로 늘어나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원매자 측과 주주 간 계약으로 잔여 영구채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콜옵션 행사 도래 시점에 HMM 주가가 전환가격(5000원)보다 높으면 산은과 해진공은 인수 측에 시가로 영구채를 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고, 이보다 낮으면 인수 측이 전환가격에 산은 측으로부터 영구채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받는 방식이다.IB업계 관계자는 “이런 구조를 짜면 산은은 배임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며 “인수 측은 당장 인수 대금 부담을 줄이고 향후 주식 전환될 수 있는 영구채를 모두 살 권리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각 성공 여부는 미지수
하지만 여전히 HMM 매각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쉽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1조원 규모 영구채의 주식 전환으로 매각 작업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대표적인 인수 후보군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 CJ그룹, LX그룹, 포스코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기업이 HMM을 인수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해운 업황이 악화하는 것도 악재다. 지난달 말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53.6에 그쳤다. 전년 동기(4219.85) 대비 4분의 1토막 났다. 경기 악화로 글로벌 물동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항만 적체 현상이 해소된 영향이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