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에 시험 응시료마저…"취준생은 또 웁니다"
입력
수정
지면A17
올 상반기 토익에만 40만원 써“취업준비생이라 벌이가 없는데 자격증 시험에만 몇십만원씩 들어가니 무척 부담스럽죠.”
데이터 등 자격증 줄줄이 대기
내년 세무·관세사 시험도 올라
서울권 대학을 졸업한 뒤 데이터 산업 분야 취업을 준비 중인 권모씨(25)는 올해 상반기 영어시험 응시에만 40만원 가까이 지출했다. 토익 시험(4만8000원) 3회, 토익 스피킹 시험(8만4000원) 3회에 들어간 비용이다. 하반기에는 데이터분석 준전문가(ADsP), SQL 개발자(SQLD) 시험 등 관련 자격증 시험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권씨는 “기본 자격증만 이 정도인데 더 비싼 자격증 시험까지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취업준비생이 주로 응시하는 자격증시험 응시료가 크게 오르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모든 게 오르는 고물가 시대라지만 여러 자격증 시험을 봐야 하는 호주머니 얇은 학생들에게는 수천원에서 수만원의 인상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료는 10월 21일부터 2만2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5000원(22.7%) 오른다. 2020년 1만9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올린 지 3년 만이다. 시험을 운영하는 역사편찬위원회는 “올해부터 경찰, 교사 등 일부 공직에서 한국사 시험의 성적 인정 기간을 폐지하면서 재시험 응시자가 급감해 적자를 보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세무사와 관세사 국가공인자격시험도 두세 배 수준으로 오른다. 세무사 응시료는 현재 1·2차 통합 3만원이지만 내년부터는 각각 3만원으로 총 6만원으로 뛴다. 관세사 시험은 1·2차 통합 2만원에서 총 6만원으로 인상된다. 국가기술자격인 감정평가사 시험은 기존 1·2차 통합 4만원이었지만 내년부턴 각각 4만원으로 총 8만원이 된다.학생들의 지출 부담이 커지자 일부 대학은 응시료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경희대는 올해 초 방학 기간 ‘목표달성 자격증’ 지원 제도를 통해 영어, 한국어 자격증 시험에서 일정 점수를 달성하면 응시료의 80%(최대 4만원)를 지원해줬다. 현재는 ‘모자이크 장학’ 제도를 통해 토익 850점 이상 취득자에게는 10만원, 930점 이상에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명지대는 올해 1학기 자격증 시험 응시료의 50%를 부담했다. 영어·제2외국어 자격증은 최대 5만원(한 학기에 1회), 기사시험·한국사·디자인 및 스포츠 자격증 항목은 최대 10만원까지(횟수 무제한) 지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자격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아도 자격증이 없으면 불안한 것이 취준생의 심리”라며 “응시료 인상폭을 물가 상승률 이내로 조절해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