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 "北 도발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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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 외교장관회의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을 규탄했다. 3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도 중국·러시아와 신경전을 펼쳤다.
北 참가 다자 안보협의체도 개최
의장 성명에 메시지 담길지 주목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은 다수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자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제사회가 단결해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 EAS 차원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더 확고함을 분명히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EAS는 한·미·일, 중국 및 러시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18개 나라로 구성된 협의체다.박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별도로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측은 북한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미·일은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문제도 거론했다. 박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자, 국가주권·영토보전·정치적 독립 존중이란 국제질서의 근본 원칙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으로 아세안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후 협의를 거쳐 발표하는 의장성명에 북한의 ICBM 도발을 규탄하는 메시지가 담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가하는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다. 관련 내용이 담기면 북한을 한층 더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북한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가 ARF 외교장관회의에 대표로 참석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우방국으로 꼽히는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들까지 전날 이례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공동 규탄 성명을 낸 만큼 의장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