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당시 조롱당한 '골판지 침대', 파리서도 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골판지 침대 제작사와 계약"

사진=AFP

2021년 열린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당시 화제가 된 '골판지 침대'가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도 등장한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도 골판지 침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16일 AF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도쿄 올림픽 침대 매트리스 공급 회사인 에어위브와 계약했다.

에어위브는 파리 올림픽 선수촌,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선수촌과 미디어빌리지 등 올림픽·패럴림픽 참가자 숙소에 제품을 공급한다. 침대와 매트리스 1만6000개를 내년 3월부터 6월 사이 배송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는 대회가 끝나면 침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참가자 숙소에 들어가는 침대는 2년 사이에 개선된 모델이다. 일례로 침대 매트리스는 머리와 어깨, 허리, 다리 세 부분으로 나눠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선수촌에 입촌하는 각 나라 선수는 전신 스캔과 사진 촬영을 하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키와 몸무게, 출전 종목 등을 고려해 선수에게 알맞은 매트리스를 정해주는 방식을 취한다. 키 큰 선수들의 경우 침대 길이도 220㎝로 늘릴 수 있다.

사진=미국 육상 선수 폴 첼리모 SNS 캡쳐

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은 처음으로 100% 재활용 가능한 골판지 침대를 도입하며 화제를 낳았다. 골판지 재질로 침대 프레임을 만들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깐 길이 210㎝, 폭 90㎝의 침대는 약 20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소개했다. 당시 1만8000개의 골판지 침대가 비치됐다.

그러나 선수촌 방마다 설치된 골판지 침대를 놓고 선수 및 관계자의 혹평이 쏟아졌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골판지 침대에 대해 ‘성관계 방지용’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선수촌에 투숙한 각 나라 선수는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며 여럿이 침대 위에 올라가거나 뛰는 등의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역도 109kg급의 진윤성 선수는 골판지 골조 일부가 찢어진 침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과거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다카오카 무토쿠니 에어위브 사장은 최근 파리에서 열린 침대 공개 행사에서 직접 침대에 올라 뛰면서 튼튼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