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수 등 기득권이 신산업 막는다"…오죽하면 한은 총재가 이런 말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교수 등 기득권 체제가 신산업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4일 연 제주포럼에서다. 대학교수(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의 통화정책 수장이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교수사회를 직격해 주목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는 첨단산업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국가의 미래 성패가 신산업과 신기술을 이끌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는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다. 대학 정원 제한 등 겹겹 규제도 문제지만 낡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밥그릇과 다름없는 정원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학과 신설을 막는 탓도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말 국내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 구조조정이 순조롭지 않은 이유로 압도적 다수(82%)가 ‘교수들의 반발’을 꼽았을 정도다. 교수 집단 스스로 가장 큰 개혁 걸림돌임을 시인한 셈이다. 이러니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 인력이 매년 3000여 명씩 부족한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반도체뿐 아니라 인공지능(AI)·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현장에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력 부족을 겪는 상황이다.

학령 인구 감소로 5년 내 전국 대학의 25%가 문을 닫을 판인데, 학과 정원 사수에만 골몰한 채 미래 발목을 잡는 것은 자해 행위일 뿐이다. 학교는 물론 교수도 바뀌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