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우려에도 강행…美 Fed의 금리인상 속도전 적절했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코로나發 물가 폭등에
기준금리 '빠르게' 올려
장·단기 美국채 금리역전
하반기 40년來 최대폭

Fed, 경기둔화 우려에도
"고용시장 견실하다" 일축
2021년 4월 이후 세계인에게 고통을 줬던 인플레이션이 각국 중앙은행의 통제권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과 근원CPI 상승률은 각각 3%, 4.8%로 크게 둔화했다. 같은 달 한국의 CPI 상승률은 2.7%로 3% 밑으로 떨어졌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물가지표에 대한 재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중요한 잣대로 삼는 근원CPI 상승률은 유럽 방식으로 귀속임차료(OER)를 빼서 재산출하면 2.3%로 더 떨어진다. 더 이상 금리 인상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OER은 실제 내지 않는, 자가 소유자의 환산 임차료를 뜻한다.궁금한 것은 물가 안정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효과인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노(No)’다. 작년 3월 Fed가 처음 금리를 올린 이후 4개월이 지난 때부터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Fed가 추정하는 통화정책 시차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9개월이다.
물가 하락 속도 역시 너무 빠르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불과 1년 만에 9.1%에서 3.0%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 20년간 저금리 시대가 지속돼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금리 변화와 총수요 간의 관계가 비탄력적인 유동성 함정에 처했다. 이런 여건에서는 금리 인상이 물가를 빠르게 떨어뜨릴 수 없다. 다른 요인이 결부돼 있다는 의미다.

2년 전 물가 문제가 불거질 당시 미국 경기가 좋은 때는 아니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공급망 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각종 공급 비용이 급증한 것이 물가를 부추긴 주요인이다. 금리 인상은 경기 과열로 물가가 오를 때 추진하는 총수요 관리대책이다.작년 3월 Fed가 금리를 처음 올릴 때 너무 빠른 속도로 올려서는 안 된다는 권고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전 물가쇼크가 발생했을 때 ‘일시적인 것’으로 오판했다. 오히려 물가 상승을 키웠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금리를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렸다.

중앙은행의 금리 변경이 적절했는가를 사후 검증하는 방법 중 하나가 ‘테일러준칙’이다. 산출 공식은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 기간 물가를 더한다. 여기에 평가기간 물가에서 목표치를 뺀 수치에 물가와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정책반응계수를 곱한다. 이어 평가기간 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테일러준칙으로 도출한 적정 수준보다 높아져 작년 3월 이후 Fed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급하게 이뤄졌는가를 입증하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 속도는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아 폴 볼커 당시 Fed 의장이 금리를 올릴 때에 이어 가장 빠르다.볼커식 대응은 반드시 장·단기 금리 간 역전현상을 불러온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2년 만기와 10년 만기 금리 간 역전현상이 1년 이상 길어지면서 그 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1%포인트 이상으로 40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Fed의 견해는 장·단기 금리 간 역전현상을 경기 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고용시장이 견실한 점을 들고 있다. 오히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기가 희생되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볼커식 대응을 계속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잭슨홀회의에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r스타(r*)’ 금리가 ‘r스타스타(r**)’ 금리보다 높아진 것도 부작용이다. r* 금리는 실물경기를 침체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는 중립금리다. r** 금리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또 하나의 중립금리다. r* 금리가 r** 금리보다 높아지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져 위기가 발생한다.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 이상 올라간 상황에서 r* 금리가 r** 금리까지 높아졌다면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경기 부양 쪽으로 바꿔야 한다. 만약 물가가 잡힌 김에 완전히 잡는다는 명목으로 금리 인상을 고집한다면 어느날 갑자기 경기가 위축되고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도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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