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경보 4시간 지나도 오송 차량 통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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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뒷북 대응 논란장맛비가 쏟아진 충북 청주에서 범람한 하천이 인근 지하차도를 덮치면서 9명(16일 오후 6시 기준)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차도에 물을 다 빼지 못했고, 안에 갇힌 실종자 수를 아직 정확하게 헤아리지 못하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궁평2지하차도 제방 터지며
2분 만에 6만t 물 차올라
다리 공사 위해 임시 제방 쌓아
모래둑 보강했지만 폭우로 붕괴
홍수 경고 14시간 후 현장 조사
삽시간에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내부에 있던 시민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하천 주변에 만들어진 제방이 부실하게 지어진 데다 사전에 도로 통제도 이뤄지지 않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방 터지면서 2분 만에 물 차
1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45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리 궁평2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지하차도 내부에 있던 시민들이 고립됐다. 구조된 부상자와 실종자는 충북대병원과 하나노인병원 등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정확한 실종 인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어 최종 인명 피해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이번 사고는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불어난 미호천의 강물이 사고가 발생한 지하차도 방향으로 흐르면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궁평 2 지하차도의 전체 길이는 685m, 지하 터널 부분은 436m에 이른다. 지하 터널 구간의 지대가 미호천보다 낮고 거리도 수백m에 불과하다.침수가 발생한 시간은 전날 오전 8시45분께지만 30여 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까지도 사고 현장은 물을 다 못 뺀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펌프차를 동원해 분당 80t의 속도로 물을 빼내고 있지만 진흙이 차 있어 좀체 속도가 붙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은 17일 오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지하차도 쪽으로 설치된 제방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근 주민은 “미호천교 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도로를 낸 부분에서 범람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충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2018년 2월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시작해 다음달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임시 도로를 낸 곳을 비롯해 하천 제방 보강 공사를 지난 7일 마무리했지만 열흘 만에 다시 무너졌다. 15일 폭우로 미호천 수위가 올라가자 모래둑을 쌓는 등 임시방편으로 공사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로통제 않고 배수펌프는 미작동
그저 비가 많이 와서 생긴 천재지변이 아니었다. 현장에선 하천 범람이 불 보듯 뻔한데도 도로 진입조차 통제하지 않은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환경부 산하 금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4시10분에 미호천(미호천교) 일대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도로 통제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지자체 현장 조사도 늦었다. 청주시와 구청 직원 등은 금강홍수통제소가 지난 14일 오후 5시15분 첫 홍수 위험을 알린 지 14시간 후인 15일 오전 7시에 첫 현장 조사를 나갔다. 침수 주민 대피 등 지시를 시작했지만 일손·시간 부족으로 지하차도 통제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자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도로 통제를 당부한 지 4시간30분 뒤에 지하도가 침수됐다. 지하차도 내부에 설치된 배수펌프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궁평 2 지하차도 내부엔 분당 3t의 빗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가 총 네 대 있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지하차도에 물이 들이치면서 배수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선이 멈춰섰다고 설명했다.
청주=이광식 기자/안정훈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