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뻔하고, 아는 맛인데 웃고 말았다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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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 리뷰※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정우는 하정우고, 주지훈은 주지훈 했다. 이들의 티키타카는 이미 '쌍천만' 흥행을 기록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보여준 그대로다. 여기에 피랍된 외교관을 무조건 살려 돌아가겠다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신파'까지 예측할 수 있는 전개대로 흘러간다. 그런데도 '피식'하고 만다. 알아도 터질 수밖에 없는 탄탄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비공식작전'이다.'비공식작전은 한 외교관이 납치되고,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외교관 민준이 구출 작전에 자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민준이 레바논에 도착하면서부터 총탄이 날아다니고 위험과 고난은 시작되지만, '건실한 청년' 택시기사 판수를 만나면서 임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학벌 때문에 승진에 밀리는 흙수저 외교관 민준 역에 하정우, 사기꾼 같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청년이었던 판수 역엔 주지훈이 발탁됐다.극의 중심 소재가 되는 외교관 피랍 사건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따왔다. '비공식작전'의 바뀌기 전 제목이 '피랍'이었던 이유다.
앞서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통해 뜻하지 않은 위기에 처한 인물들이 사력을 다해 상황을 돌파하는 과정을 긴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은 "21개월 만에 외교관이 살아 돌아왔는데, '어떻게' 무사히 돌아왔는지에 대한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더라"라며 "'비공식작전'은 그 '어떻게'에 대해 담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승진 코스'로 불리는 미주나 유럽 발령을 위해 비공식 작전에 자원한 민준과 민준의 가방에 담긴 협상용 목돈에 눈이 멀어 그와 동행하게 된 판수가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챙기는 끈끈한 동료의 관계로 발전하고, 이를 통해 "같이 집에 가자"는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 '비공식작전' 줄거리의 전부다.
그런데도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이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피랍된 동료를 살리겠다고 레바논에서 동분서주하는 민준과 그를 응원하는 외교부 동료들과 반대로 정치적인 이해 관계 때문에 자금줄까지 끊어버리는 안기부가 고구마로 등장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부 직원들의 비장한 모습으로 결의하는 모습은 오그라드는 신파지만, 하정우와 주지훈의 연기마저 뻔하지만 그런데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유머뿐 아니라 볼거리도 상당하다. '비공식작전'에는 1987년의 대한민국 서울과 레바논, 스위스가 동시에 등장한다. 추억을 자극하는 소품들과 의상으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을 뿐 아니라 이국적인 레바논의 모습은 모로코 로케이션으로 구현했다.여기에 몸값을 노리는 테러 조직과 택시 기사 판수의 쫓고 쫓기는 카 체이싱 액션까지 이국적인 볼거리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좁은 시장 뒷골목을 질주하는 판수의 벤츠 택시가 후엔 '걸레짝'이 돼 버릴 정도로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한 줄 평: 지는 느낌인데, 웃긴 걸 어쩌나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