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쓸 망치 샀어요" 침수 공포에 '폭우 생존법'까지 공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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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지하차도 침수'…시민 불안감 확산"호우주의보 뜨면 지하차도는 안 다니려고요. 무서워서 못 다니겠습니다"
비상 탈출용 망치 등 단단한 물체 구비해야
'외수 범람' 위험성…"미리 대피소 이동" 당부
연일 이어지는 폭우 속 안타까운 인명피해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 많은 빗물이 유입되기 쉬운 지하차도 등에서의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재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침수 현장 탈출법', '폭우 속 살아남는 방법' 등이 온라인상에 속속 공유되는 분위기다.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에서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와 관련된 사망자만 13명으로 집계됐다. 이 지하차도 내부로 쏟아진 빗물에 휩쓸려 잠긴 차량은 17대가량으로 추정됐으며, 사망자 모두 침수된 차에서 탈출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단 몇분의 차이로 생사가 엇갈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해당 지하차도를 겨우 탈출한 몇몇 차들의 블랙박스 영상들에 따르면, 사고 10여분 전 바퀴가 물에 잠긴 승용차가 차량 높이까지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하차도를 빠져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차오르는 빗물에 급히 차를 돌려 역주행해 빠져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같은 사고 소식에 시민들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차량을 이용해 회사 출근을 하는 직장인 고모 씨(26)는 "차 안에 갇혔을 때 창문을 깰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비상용 망치를 하나 장만했다"며 "운전할 때 많은 비가 내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주변 동료들도 하나둘 '탈출용 물품'을 사려고 알아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행정안전부는 집중호우에 잠기기 쉬운 지하차도는 피하고, 차량 침수 시 대처 방법을 꼭 기억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우선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는 절대 진입하지 않고 우회해야 한다. 저지대와 교통신호가 있는 상습 정체 구간의 경우 건너지 말고 우회하라는 것. 이미 지하차도에 진입한 경우 차량을 두고 신속히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차량이 이미 침수되기 시작했다면 승용차 기준 타이어 높이의 3분의 2 이상이 잠기기 전에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차량의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 전원을 온(ON) 상태로 하고 빠른 탈출을 위해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둬야 한다. 시동이 꺼져도 전자장치 고장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 수 있다. 이에 차량 전자장치가 멈추는 것에 대비해 미리 창문을 내린 후 안전한 곳으로 운행하는 것이 좋다.
차량 운전 중 급류 하천에 휩쓸려 차량이 반 이상 침수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외부 수압으로 차량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비상 탈출용 망치 등 단단한 물체를 미리 차량 내 구비해두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자동차 시트의 목 받침대 지지봉과 안전벨트 체결장치 등을 이용해 차량 창문의 중앙보다 모서리 부분을 힘껏 내리쳐 유리창을 깨야 한다. 이후 급류가 밀려오는 반대쪽 차량 문을 열어 신속하게 탈출해야 한다. 물이 흘러오는 방향은 물이 흐르는 속도 때문에 차량 문을 열기 어렵다.창문을 깨트리기 힘든 상황이라면 차량 안팎 수위 차이가 30cm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량 문이 열리는 순간 탈출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5~6학년) 이상의 힘이면 침수 상황에서도 쉽게 차량 문을 열 수 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빗길 운전 시 지하차도 등으로 진입했을 땐 창문을 어느 정도 열어두고 달리는 것도 좋다. 창문을 깨뜨리기가 훨씬 용이해서다. 탈출 후에는 가까운 둑 위로 조심히 걸어 대피해야 한다. 급류는 물이 흐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뛰거나 급히 걸으면 미끄러져 넘어질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같이 하천에 있는 물이 갑자기 범람하거나 제방이 터지면서 나오는 '외수 범람'한 경우와 관련, 특히 주의를 당부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YTN 뉴스특보에 출연해 "대 하천의 수위는 상류 댐의 방류량에 따라서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도 "하천 주변에서 수위가 굉장히 급격한 상승하는 것을 경험했거나, 지자체에서 경보 방송이 났다면 미리 대피소로 이동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자택에서 가까운 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 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미리 깔아두고, 재난 문자를 받거나 위험 상황이 감지될 경우 미리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정 교수는 "대피령이 내려지면 시민 여러분들께서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대피에 따라주시고, 안전한 곳에 머무시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비가 소강상태로 수위가 내려갔다고 해서 절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