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과 완벽한 가족 되기..."친구를 입양했습니다"

[arte] 책 리뷰


은서란 지음
위즈덤하우스
256쪽 / 1만6000원
GettyImagesBank.

결혼이라는 제도가 선택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통계청 조사에서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0%로 2년 전보다 1.2%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비혼이라고 가족까지 원치 않는 건 아니다. 응급상황에는 '법적 보호자'가 필요하고, 동거인이 있으면 주거 비용이나 안전 등 일상 속 부담을 나누는 게 가능하다.최근 출간된 <친구를 입양했습니다>의 저자가 찾은 해결책은 제목 그대로다. 40대 비혼 여성인 저자는 50개월 어린 친구와 가족이 되기 위해 그를 법적 딸로 입양한다.

시작은 귀농이었다. 아토피와 예민한 감각, 가정 해체 위기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저자는 몸과 마음이 쉴 곳을 찾아헤맨다. 귀농학교 등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비혼 여성이 혼자 시골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또래가 많이 모여 있는 시골 마을에서 삶을 꾸려간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보수적인 시골에서 비혼 여성으로서의 삶과 노후의 돌봄 문제 등을 고민하던 그들은 서로에게 법적 울타리가 되어주기로 한다.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은 '성인 입양'이다.흔한 사례는 아니다. 두 사람의 입양신고서를 접수 받은 읍사무소의 가족관계등록 업무 담당자는 "이 업무를 오래했는데 나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성인 입양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완벽한 타인을 입양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나 앞으로 이런 사례가 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책은 오늘날 가족의 의미와 형태에 대해 되돌아 보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40대 비혼 여성이 겪는 사회의 편견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건 남편분 시키시지." "애들 사진 다 있으시죠? 오늘 드로잉 수업은 그 사진으로 할게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40대 여성은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기혼 여성, 엄마로 오해를 받는다. 비혼일 수도 있고, 결혼했다 이혼했을 수도 있고,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아이가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는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정상인 사람은 없듯, 완벽한 정상가족이란 건 애초에 허상이다. 당신도, 당신의 가족도 다른 사람 눈에는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다. <이상한 정상가족> 등을 쓴 김희경 작가는 이 책 추천사에서 "원하는 삶의 방식과 관계를 상상만 해보다 현실의 벽 앞에서 포기한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며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 공간, 관계를 찾아내고, 없으면 만들어내면서 스스로도 변화하는 저자의 용기와 실행력이 놀랍다"고 말했다.

부제는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 완벽한 타인 두 사람의 가족될 결심과 노력은 예사 농도가 아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