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나에게 쓴 편지'…초등학교 타임캡슐 개봉박두

2천53명 꿈 담아 인천 선학초 운동장에 묻어…모레 개봉행사
"20년 만에 제자·동료들과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꼭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많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
이명수(76) 전 인천 선학초등학교 교장은 오는 19일 오후 3시에 열릴 타임캡슐 개봉식을 앞두고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선학초는 20년 전인 2003년 7월 19일 여름방학식에서 학생 1천983명과 교직원 70명 등 2천53명의 꿈이 담긴 타임캡슐을 학교 운동장에 묻었다. 지름 70㎝, 높이 1m짜리 붉은색 플라스틱 통 11개에 나눠 담긴 타임캡슐에는 '20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당시 가장 아끼던 물건, 가족사진 등이 담겼다.

2002년 월드컵의 영향 때문인지 축구공이나 야구공을 묻은 학생도 많았다고 한다.

당시 56세였던 이 전 교장은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모조 황금 거북과 가시오가피 담금주 5ℓ를 묻었다.
이 전 교장은 '20년 뒤 타임캡슐을 함께 열어보자'는 당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개봉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어려움도 많은 상황이다.

1991년∼1996년생으로 현재 27∼33세인 학생들의 참석 여부가 이 전 교장의 가장 큰 관심사다.

취업준비생이거나 사회초년생인 이들이 평일에 시간을 내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이들의 개별 연락처를 학교에서 확인하지 못해 이 전 교장은 주변 학교·교회·성당 등지를 돌면서 개봉식을 홍보하고 있다.

이 전 교장은 "많이 참석할 수 없을 거 같아 미루려고 했는데 연락이 닿은 제자들이 '몇 명이 오던 약속대로 열자'고 해서 그냥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개봉식이 부디 널리 알려져서 많은 제자가 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