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시·사람…서용선 작가 회화세계의 재구성

아트선재센터에서 연구조사전시
단종과 사육신 등 역사에 얽힌 인물들, 현대 도시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사와 도시, 사람을 탐구해 온 작가 서용선의 개인전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전이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출품작들은 최근 뉴욕에 머물며 그린 브루클린 자화상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작으로, 이번 전시는 작가의 회화 세계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는 의도에서 연구조사형 전시(서베이 전시)로 기획됐다.

3부로 구성된 전시의 1부는 삶과 도시를 다룬다.

서용선은 1980∼1990년대 도시, 특히 서울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렸다. 미아리에서 정릉, 숙대입구, 총신대역, 낙성대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던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서울 외에 뉴욕, 베를린, 베이징 등에서도 작가는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역시 그 도시의 현재를 관찰하고 그려냈다.
2부는 서용선의 회화에 등장하는 인간과 역사, 그리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2부 전시는 가로 1.9m, 세로 2.6m 대형 자화상 '빨간 눈의 자화상'으로 시작된다.

괴물처럼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작가에게는 빨강이 투명한 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빨간 눈은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눈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 전쟁 당시 대청마루 밑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가부좌한 매월당 김시습을 그린 그림에서는 역사에 휘말린 인간의 모습이 그려진다. 죽음의 주제도 자주 등장한다.

'낙화'와 '청령포'는 단종이 세조로부터 사약을 받고 시신이 유기된 장소인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강물 위로 시신이 떠 있는 환상을 느끼고 그린 것이다.
1984, 1986년 그린 '정치인'은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그림 중 초기 작업에 해당한다.

양복을 입은 4명의 남성을 그린 이 그림은 1980년대 군사정부에서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인물들을 담은 것이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2003년작 '밥먹기'는 뉴욕에 머물면서 스스로 작업과 일상을 꾸려나가야 했던 작가가 삶에서 '날마다 밥을 먹는다'는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그린 그림이다.

'삶과 자연'을 다룬 3부 전시는 9월15일 개막한다.

풍경화와 인물화, 나무 조각들을 소개한다.

1∼3부 전시는 모두 10월22일까지 계속된다.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