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동박 도전장'…이르면 10월 양산

배터리 3사에 공급 추진
글로벌 동박 시장 경쟁 치열
중국發 공급과잉에 재고 부담
고려아연이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배터리 소재인 동박을 본격적으로 양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에 시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삼성SDI, SK온과도 공급을 논의 중이다. SKC,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 3대 동박 업체에 이어 고려아연까지 뛰어들면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대만, 일본 경쟁사들도 증설에 나서고 있어 말 그대로 동박시장에 ‘박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LG에너지솔루션과 상반기 동박 테스트를 마치고 시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동박은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이다. 추후 배터리 제조 과정에 특이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고려아연은 LG에너지솔루션에 동박을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에 대부분 의존하던 동박 공급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 밖에 삼성SDI, SK온과는 시제품 납품 이전 단계인 테스트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통상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한 기업과 오랜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으면 이를 지켜본 다른 배터리 기업이 추후 납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아연이 3사 모두 거래를 뚫게 되면 단기간에 이례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자회사 케이잼을 통해 지난 1분기부터 동박 공장을 가동했다. 2~3분기엔 테스트 인증, 시제품 양산을 통해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끌어올리고, 10월부터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올해 생산 목표는 1만3000t 규모다. 동박 판매가격이 ㎏당 14~17달러임을 고려하면 매출 규모는 약 2300억~28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의 참전으로 글로벌 동박 기업 간 경쟁은 더 가열되고 있다. 현재 저렴한 전기료와 인건비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우위에 서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동박은 광물 또는 부품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또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동박을 생산해 북미로 수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국내 동박 기업 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K동박 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12.1%의 영업이익률을 냈지만 지난 1분기엔 0.2%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11.6%에서 3.7%로 낮아졌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