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창문 깰 테니 빨리 탈출하세요"…'747 버스'의 의인
입력
수정
50대 운전기사 끝까지 시민 탈출 도와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당시 고립됐던 '747번 버스'를 몬 50대 운전기사가 위급한 상황에도 끝까지 시민들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애도 물결 이어져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7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8일 오전 기준 1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747번 버스는 당시 전체 길이 685m의 지하차도 중 터널구간(430m)을 거의 빠져나온 상태였다. 궁평리 쪽에서 지하차도에 들어왔다가 터널을 나와 오송리 쪽으로 향했으며, 순식간에 유입된 미호강 흙탕물에 발이 묶여 침수됐다.
이후 20대 여성 사망자가 친구와 나눈 마지막 통화 내용은 시민들 사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의 외삼촌 이모 씨(49)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통화한) 친구 말을 들어보니 버스 기사가 당시 물이 들어오니까 '손님 빨리 탈출하세요. 창문 깨트릴 테니까 탈출하세요'라고 했다는데, 그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고 설명했다.버스 기사 A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 2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버스에 물이 찬 순간 A씨가 시민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창문을 깼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차량 운전 중 급류 하천에 휩쓸려 차량이 반 이상 침수됐을 때와 내·외부 수압으로 차량 문이 열리지 않을 때, 단단한 물체를 이용해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A씨는 평소 제 일에 열정이 많고 성실함으로 인정받는 사람이었다는 점도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버스 기사의 동료 중 한 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벽 5시 반 출근인데 3시에 먼저 와서 사무실 청소하던 성실했던 친구"라며 "10년 전 시내버스 회사에 입사해 최근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A씨 소속 운수회사 홈페이지에는 현재 그를 향한 애도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애쓰신 기사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 "폭우로 인해 돌아가신 운전자와 승객들을 위해 애도한다", "정말 그 상황이 되면 호흡기로 들어오는 물과 진흙들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