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화 대법관 퇴임…"근거 없는 법관 개인 비난 지양돼야"

사법부 '서오남' 편향 해소한 비서울대 출신 여성 대법관
"대법원 구성 다양화가 정의로운 판결 첫걸음"
박정화(58·사법연수원 20기)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8일 대법원을 떠났다. 박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원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이 올라온다"며 "다양한 성장환경과 경험,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사람과 삶을 향한 애정과 통찰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야 비로소 맞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기관인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법관은 "6년 전 비서울대이며 여성인 제가 대법관이 된 것은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보호에 충실한 대법원이 되기를 국민의 바람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며 "그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종심으로서 고심해서 내린 대법원판결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며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을 왜곡·전파하거나 법관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지양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지나치게 많은 사건이 법원에 몰리는 것도 신속한 재판에 장애가 된다"며 "건설적인 대화와 상호양보를 통해 각종 분쟁이 자율적으로 해결되는 사회,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사법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법관은 같은 날 퇴임한 조재연(67·12기) 대법관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첫 대법관이다. 박 대법관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지식재산권법, 노동법 등 분야를 주로 맡다가 2017년 7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서울행정법원 첫 여성 부장판사를 지내고 비서울대 여성 출신으로 대법관에 오르는 등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주류인 사법부의 편향성을 깬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법관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1년 8월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에 대한 징계해고는 부당하다는 첫 판결을 남겨 주목받았다.

작년 11월에는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이끌었다.

작년 3월에는 성소수자인 여성 부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대령에게 군사법원이 내린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여성계와 시민사회계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