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 치매 환자에 희소식…치료 '신기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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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FDA 승인 노리는 ‘도나네맙’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신약 ‘도나네맙(Donanemab)’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투병 초기 단계에서 인지력 저하 수준을 35%가량 낮춘 것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치매 신약인 레켐비(Leqembi‧레카네맙)보다 치료 효과가 크다.
美 제약사 일라이릴리 개발 신약 도나네맙
임상 3상서 인지력 저하 속도 35% 늦춰
일라이 릴리는 도나네맙이 올해 안으로 FDA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치매 치료의 ‘신기원’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뇌부종 등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극초기 단계선 진행 속도 60% 늦춰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일라이 릴리는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에서 도나네맙의 3상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 결과는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쳐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도 게재됐다.이번 임상에서 76주간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들은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보다 인지력, 사고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의 저하 속도가 약 35% 느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에는 가벼운 단계의 인지 장애 또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평균 연령 73세의 환자 1736명이 참여했다. 도나네맙 투여군은 4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았다.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컸다. 가장 초기 단계의 치매 환자들의 경우 인지 기능 저하가 60%까지 늦춰졌다. 또 도나네맙을 복용한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확률이 거의 39% 낮아졌다. 임상 대상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도나네맙을 복용한 후 1년째에 더 이상 병이 악화하지 않았다. 도나네맙을 투여하지 않은 경우 이 수치는 29%에 그쳤다.데이비드 릭스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약을 일찍 사용할수록 병의 진행 속도를 더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종합병원 메이요클리닉의 로널드 피터슨 박사는 “도나네맙은 치매를 멈추게 하지도 않고, 사람들을 낫게 하지도 않지만, 병의 진행을 지연시킨다”며 “이 자체만으로 임상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라이 릴리는 이날 미 FDA에 도나네맙에 대한 완전승인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FDA가 연말까지 승인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켐비보다 효능 커…11조 시장 기대감
앞서 지난 6일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신약 레켐비(Leqembi‧레카네맙)가 미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도나네맙과 레켐비는 모두 알츠하이머병 진행 과정에서 환자의 뇌 속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에 대한 항체로 작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레켐비가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섬유질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단계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도나네맙은 섬유질이 플라크 형태로 뭉쳐진 후의 단계에서 활성화된다는 점이 다르다.레켐비는 임상 시험에서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력 저하 속도를 27%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자선단체 ‘알츠하이머 소사이어티’의 연구 부문 부책임자인 리처드 오클리는 “두 신약에 대한 임상 시험이 다르게 설계됐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초기 치매 환자들에게 도나네맙이 레켐비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잠정적인 신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다만 도나네맙과 레켐비는 모두 뇌부종, 뇌출혈 등의 부작용을 나타냈다. 도나네맙을 투여한 임상 대상자 약 37%가 뇌부종 또는 뇌출혈을 경험했고, 6%가량은 실제 증상까지 나타냈다. 3명의 환자는 부작용으로 사망했다.그럼에도 도나네맙의 임상 결과는 치매 치료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오클리 부책임자는 “아무런 긍정적인 신호 없이 수십 년을 연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개의 신약이 성과를 나타낸 최근 8개월은 정말로 ‘터닝 포인트’”라고 말했다.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65세 이상 성인 약 670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5500만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 환자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미국에서 레켐비의 가격은 1년 치 기준 2만6500달러(약 3344만원)로 책정돼 있다. 도나네맙의 가격이 어느 정도 선에서 확정될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모니터 헬스케어는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총매출이 2030년까지 연간 90억달러(약 1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발견 재단(ADDF)의 하워드 필리트 박사는 “시중에 두 가지 약이 유통될 것이고, 이에 따라 가격 경쟁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도 “시장에서 어떤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이날 뉴욕증시에서 일라이 릴리는 전일보다 2.32달러(0.52%) 내린 447.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라이 릴리 주가는 지난 6월 30일 468.9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