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중단에 나토·러 직접충돌 우려 커졌다

"나토, 곡물·비료 실은 인도주의 선박 호위 불가피"
'흑해 최강' 튀르키예 개입·러군 통제 기대하는 시각도
흑해곡물협정 중단에 따라 서방 군대와 러시아군의 직접 충돌 우려가 커졌다는 진단이 나왔다.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총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토가 곡물선 호위가 필요하다고 결정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닥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무모하게 행동할 경우 흑해함대와 나토 군함이 직접 맞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브리디스 전 총사령관은 미국 해군에서 37년 동안 복무한 뒤 퇴역한 4성 제독 출신의 국방안보 전문가다.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작년 7월에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한다고 이날 선언했다.

이 협정은 러시아의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전쟁터로 돌변한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했다.

곡물선들은 우크라이나의 안내에 따라 지정된 항로를 지난 뒤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을 거쳐 세계 시장으로 나갔다.그간 자원대국 간 전쟁통에도 협정 덕분에 세계 식량가격이 안정되고 빈국의 식량난도 덜 악화했다는 게 유엔 등 국제사회의 평가다.

스타브리디스 제독은 미국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나토가 인도주의적 구호를 목적으로 곡물과 비료를 싣고 우크라이나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호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나토의 군함은 러시아 해군과 직접 대치한다"며 "그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고 매우 위험하겠지만 그래도 (곡물선 호위는) 해야 할 옳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봉쇄하도록 내버려 두는 행위는 나토에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스타브리디스 제독은 "그런 상황이 되면 우크라이나 경제가 파괴되고 러시아로서는 공해(公海)에서 선박 운항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권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식량난을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이번 사태를 두고 튀르키예의 적극적 개입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불가근불가원 관계를 유지하는 나토 동맹국으로서 곡물선의 검문을 맡은 흑해곡물협정의 당사국이다.

지정학 전문가인 알프 세빔리소이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흑해와 지중해 동부에서 러시아군을 능가하는 최강 전력을 보유한 튀르키예군의 역할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곡물협정은 시작 때부터 튀르키예 국가안보 강령의 일부였다"며 "러시아는 튀르키예군 수뇌부가 격분할 가능성 때문에 흑해의 곡물 운송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국 취재진을 만나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에 합의했다고 말했다.그러나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고 이날 0시 시한까지 협정을 연장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