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용, 머스크 만나 담판…'자율주행칩 빅3' 모두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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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에 100% 넘어갈 뻔한지난 5월 10일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글로벌 반도체업계를 강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사진이다. 이날 미팅에서 두 거물과 삼성·테슬라의 최고위 임원들은 자율주행 칩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삼성전자·테슬라의 ‘반도체 동맹’이 더욱 굳건해진 순간이었다. 결국 테슬라는 차세대 자율주행 칩 ‘HW 5.0’ 양산을 삼성전자에 맡기기로 했다.
테슬라 차세대 'HW 5.0 칩'
이재용, 머스크 직접 만나 설득
삼성 파운드리, 스마트폰 의존서
고성능컴퓨팅·자동차로 다변화
1년 전 선택은 TSMC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약 1년 전 HW 5.0 개발을 시작할 때는 대만 TSMC를 파운드리 협력사로 낙점했다. 삼성전자엔 비상이 걸렸다. 최근 모델 S·X 차량에 장착되고 있는 자율주행 칩 HW 4.0까지 약 10년 넘게 이어진 삼성·테슬라의 협력 관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당시 테슬라의 결정엔 이유가 있었다. 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등 테슬라가 염두에 뒀던 HW 5.0용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 비율)에서 ‘삼성보다 TSMC가 낫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수율이 낮으면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칩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당시 머스크 CEO는 삼성과의 의리보다 TSMC라는 실리를 택했다. 올 상반기까지 테슬라와 TSMC는 칩 개발 논의를 이어갔다.수율 끌어올리고 JY 수주전 등판
테슬라 같은 기업이 칩을 개발해 파운드리 업체에서 실제 양산하기까진 보통 3년 이상 걸린다. 삼성전자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우선 TSMC 대비 약점으로 꼽히던 최첨단 4·5㎚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렸다.최근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의 4㎚ 수율은 75% 이상, 5㎚는 8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TSMC의 4㎚ 수율이 8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이 회장이 테슬라 HW 5.0 수주전에 등판한 게 수주로 이어진 직접적인 계기였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말부터 3주간 이어진 북미 출장에서 머스크 CEO를 직접 만났다.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진행된 미팅에서 이 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머스크 CEO와 테슬라의 반도체 조달 담당 칸 부디라지 부사장, 앤드루 바글리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설득했다. 이 회장은 이날 머스크 CEO에게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고 테슬라 경영진은 고심 끝에 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계약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테슬라 맞춤형 기술과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해 실리를 중시하는 머스크를 흔들었다”며 “테슬라가 TSMC와 지난 1년간 협력한 것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삼성과 TSMC가 물량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파운드리 비중 키운다”
테슬라의 HW 5.0 수주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삼성전자는 테슬라, 모빌아이, 암바렐라 등 자율주행 칩 ‘빅3’ 모두를 고객사로 두게 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2월 “미국 암바렐라의 자율주행용 칩을 5㎚ 공정에서 양산한다”고 발표했고, 석 달 뒤엔 모빌아이의 고성능 반도체 생산 계약을 따냈다고 밝혔다.테슬라 HW 5.0칩 수주가 스마트폰용 칩에 편중됐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기준 39%인 모바일기기용 칩 수주 비중을 2028년 28%까지 낮추고 대신 자동차용 칩, 고성능컴퓨팅(HPC)용 칩 등의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2030년 29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이번 테슬라 HW 5.0 수주로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파운드리 관련 기술력이 재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