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국에 베팅하기 망설여지는 이유

김동윤 국제부장
경제성장률만 놓고 보면 중국 공산당은 꽤 유능한 정당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연평균 9%가량 성장했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속 성장이다.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한 중국 외교관의 발언은 이런 역사적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최근 중국을 떠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달 초 시행한 서베이에서 월가 펀드매니저들은 가장 빈번하게 한 거래 2위로 ‘중국 주식 매도’를 꼽았다. 국부펀드나 연기금 등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손’들은 자산운용사에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때 투자대상국에서 중국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 외면하는 글로벌 투자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경제를 그만큼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연초만 해도 중국 경제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힘입어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게 시장의 컨센서스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한 청년실업률,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한 생산자 물가, 부동산 경기 급랭,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는 수출 등 모든 지표가 불황을 암시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국 경제 위기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성장률이 주춤할 때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경고가 등장했다. 그런데 현재 중국이 처한 상황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 같다. 그동안 중국이 고도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도시화에 수반되는 부동산 투자였다. 중국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부동산 개발사에 판매해 거둬들인 이익으로 도로, 철도, 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했고, 이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률 제고로 이어졌다. 도시화 진전, 인구 증가세 둔화, 지방정부 부채 급증 등으로 부동산을 통한 경제성장 모델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한계 드러낸 고속 성장 모델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로 불린 미국과 중국 간 긴밀한 글로벌 분업 체계도 양국이 본격적인 패권 경쟁을 시작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전방위적인 대중(對中) 봉쇄 전략은 중국의 경제 성장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20년 ‘쌍순환(雙循環)’ 정책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채택했다. 중국 경제의 체질을 수출과 투자 위주에서 소비 중심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수입이 최근 8개월 연속 감소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내수경기 부양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인의 민심 이반도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중국은 사회주의를 표방했지만, 공산당이 정한 ‘선’만 넘지 않으면 경제활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였다. 2021년 8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인민이 함께 부유해지자)’ 정책을 전면화하면서 민간 기업에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졌다. 기업인 사이에선 “시진핑이 집권하는 한 중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 경제가 위기를 향해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비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분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