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면피 행정에 거짓 설명까지…'오송 참사' 수습 과정도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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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만큼 뒷수습도 중요“어떻게 된 일인지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책임지는 자세' 아무도 없나
이광식 사회부 기자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사고 소식을 접한 실종자 가족들은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로 달려갔다. 그러나 현장엔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들려줄 청주시 안전·재난부서 담당 직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청주시는 사고 대응과 무관한 회계담당 직원을 현장에 파견했다.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의 질문에 직원은 “담당이 아니라서 모른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 직원이 의자에 앉아 상황판만 지켜보는 동안 실종자 가족들은 앉을 자리조차 없어 먼발치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초동에서부터 사후 대처까지 총체적으로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사고가 난 경위도 문제지만 사고 수습 과정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책임을 떠넘기고,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심지어 책임자가 전화기를 끄고 숨어버리는 모습까지 나왔다.
‘시내버스 747번’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버스 기사와 다섯 명의 승객이 희생된 버스다. 참사 발생 직후인 16일만 하더라도 청주시 도로교통과 측은 747번 버스가 기존 경로를 벗어나 궁평2지하차도로 향한 이유에 대해 “지하차도를 이용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버스 기사가 임의로 택했다는 얘기다. 청주시 측은 사고가 발생한 15일 오전 8시40분께엔 기존 버스 경로가 막혔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이런 설명은 이틀 만에 뒤바뀌었다. 청주시 측은 사고 당일 오전 8시49분 청주 시내를 운영하는 시내버스 업체들에 ‘궁평2지하차도 쪽으로 우회해 통행하라’는 내용의 단체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아예 입을 닫았다. 사고 발생 전 도로를 통제해달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역을 관할하는 청주 흥덕경찰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담당 경찰 중엔 아예 휴대폰을 꺼놓은 이들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와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정부, 도, 시, 구가 서로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온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단 한 명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며 지하차도 안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실종자를 찾는 소방관과 군인들의 모습이 더 크게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