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도 이젠 치료 가능…조기 발견 시스템 구축해야"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美신약 레켐비 내후년 도입될 듯
치매 전단계·초기 환자에 활용
“알츠하이머 치료 시대가 열리면서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과 관리가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치매 치료제 시장이 다이내믹한 변화의 순간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기억·언어·판단력 등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치매는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4대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2021년 기준 국내 만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94만 명이다. 해당 연령대 인구 10.4%가 앓고 있다. 치매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5만 명으로 23%에 육박한다.

최근 2년간 치매 치료제 분야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1년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첫 번째 항체치료제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선보였지만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유력한 신약 후보군으로 꼽힌 로슈의 ‘간테네루맙’이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 시험에서 실패하기도 했다.

분위기는 곧 반전됐다.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레카네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시판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도 FDA 허가 재도전에 나섰다. 양 이사장은 “레켐비는 한국 환자도 임상시험에 포함돼 1년6개월 안에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신약이 치매 초기와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활용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른 시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경도인지장애 진단 등에 활용되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 비용은 90만~120만원 정도다. 아직 환자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아밀로이드 PET 음성이거나 항체치료제를 쓰지 못하는 환자의 인지 기능을 유지해주는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급여 축소 논란을 겪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은행잎 추출물 성분의 징코빌로바 등이다. 그는 “환자가 직접 비싼 비용을 들여 이들 약을 사먹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인지기능 유지를 돕기 위해선 뇌 자극 훈련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혜택은 없다. 초기 환자가 일상생활하도록 돕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학회에서 ‘일상예찬 캠페인’을 통해 미술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연구 수준을 높이기 위해 10년 뒤 알츠하이머협회국제학술대회(AAIC)를 국내에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양 이사장은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