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심 수년 더…남양유업 경영권 '오리무중'

대법원, 한앤컴퍼니 '남양유업 지분 인수'에 급제동

1·2심 모두 패한 홍원식 회장측
4개월간 탄원서 등 수차례 제출
상고 기각 가능성 막판 뒤집혀
법정다툼 장기화로 한앤코 당혹

한앤코 직원 불공정 투자 의혹
김앤장 '쌍방대리'도 변수될 듯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을 둘러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법정 싸움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는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기면서 사실상 사건이 심리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 ‘연장전’ 돌입

18일 법조계와 투자업계에선 대법원 심리결정이 예상 밖 결정이라는 반응이었다. 이 사건 1·2심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 이어진 세 차례의 가처분 소송에서 홍 회장 측이 모두 패한 만큼 상고심에서도 한앤컴퍼니의 승소가 점쳐졌다. 하지만 대법원이 심리 속행을 결정하면서 남양유업 경영권의 주인은 극적 합의가 없는 한 1~3년이 소요되는 대법원 결정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 직원의 남양유업 불공정 투자 의혹이 상고심에서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올초 한앤컴퍼니 직원이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를 발표하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남양유업 주식을 매입해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해당 사건을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펀드 만기가 보통 10년인 PEF로선 수년씩 걸리는 법정 소송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심리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다시 홍 회장 측과 매각 협상에 나서는 등 한앤컴퍼니가 인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심부터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꾸고 상고장 제출 후로도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연장전’을 여는 데 온 힘을 쏟은 홍 회장은 한숨 돌리게 됐다.

상고심 ‘쌍방대리’ 문제가 쟁점 될 듯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 분쟁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경찰수사와 함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홍 회장은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한 데 이어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7월 말 예정된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9월로 연기했다. 사퇴를 약속한 홍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상반기에만 8억원 넘는 보수를 챙겨 논란이 됐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9월 한앤컴퍼니와의 주식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 직전 양측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업무 처리를 문제 삼았다. 당시 한앤컴퍼니와 약속한 백미당 사업권 보장과 홍 회장 가족들에 대한 임원 예우 등의 내용이 계약서에 빠졌음에도 김앤장 변호사가 계약 체결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김앤장 측이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양측의 법률대리를 맡는 ‘쌍방대리’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1·2심 법원은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식매매계약 체결 전 식사 자리에서 한앤컴퍼니 대표가 홍 회장 측에 ‘앞으로도 잘 대우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만으로 임원 예우를 확약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백미당이나 외식사업부에 대한 확약이 있었다는 점도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쌍방대리에 대해선 업무 내용상 홍 회장 측을 대리한 게 아니라 자문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홍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를 통해 “원심에서 쌍방대리의 위법성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시 심리할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했다.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경영권 분쟁 장기화 우려에 10.82% 급락한 43만7000원에 마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