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청장, 한달 전 미호강 둘러보고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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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아닌 정치인 출신 청장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태의 발단이 된 미호천교를 사고 한 달 전 안전 점검한 뒤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안일한 안전 관리로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 부족…'官災' 논란
18일 행복청에 따르면 이 청장은 지난달 13일 장마를 앞두고 ‘오송~청주 2구간’ 도로 건설 현장을 방문해 안전 실태와 취약시설 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현장을 둘러본 이 청장과 행복청 관계자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마을 주민은 “당시에도 올여름 많은 양의 비가 올 것이란 예측에 주민들이 여러 요구를 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 청장의 현장 방문 후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행복청은 건설 현장 인부 등의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이날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돌아갔다. 행복청은 오송~청주 2구간 도로 확장 사업의 책임 기관이다. 사고 발생 지역인 궁평리부터 강내면까지 이어지는 길이 1㎞ 도로를 기존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여기엔 미호천교를 확장·신설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행복청이 수립한 공사 계획에 따라 2021년 11월 기존 제방을 허물고 그 자리에 임시 제방을 올렸다. 새로운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는 게 금호건설의 설명이다.
올여름 해당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고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미호천이 범람했다. 범람한 강물은 궁평 2지하차도로 밀려들어 14명이 사망했다.
일각에선 건설 관련 경험이 부족한 정치인이 행복청장에 임명돼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 행복청장으로 임명된 이 청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조정실장을 거친 정당인 출신이다. 행복청장은 통상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가 임명됐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