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보복…곡물항 오데사 때렸다

크림대교 폭발 다음날 공습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파기한 지 하루 만에 곡물 수출항이 있는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공습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 대교를 공격한 데 따른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CNN·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미사일 격추로 발생한 파편과 폭발로 항만 인프라 시설이 손상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없고 노인 한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가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곡물을 수출하던 3개 항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 하에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흑해를 통해 지난 1년간 수출된 곡물은 3200만t에 달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전날 만기가 돌아온 협정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공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고한 크림대교 공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정부대책회의에서 “크림대교를 목표로 또다시 테러 행위가 자행됐다”며 “당연히 러시아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화한다고 비판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테러리스트 국가(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에 의존하는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어 한다는 추가 증거”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전장과 가까운 지역에서 적절한 보장 없이는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안전보장과 관계없이 흑해 수출을 이어나가겠다는 우크라이나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협정 파기가 최빈국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식량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