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테슬라 차세대 자율차 칩, 삼성 파운드리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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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머스크 만나 직접 요청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차세대 자율주행 칩 ‘HW 5.0’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을 설득한 게 성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자율주행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테슬라 자율주행 동맹 강화
첨단 칩 경쟁서 TSMC에 '일격'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HW 5.0 칩의 파운드리 물량을 삼성전자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HW 5.0은 테슬라가 역량을 집중해 개발 중인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로 약 2년 뒤부터 테슬라 프리미엄 차량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이 없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칩 개발 단계부터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업체를 정하고 협업한다.지난해 HW 5.0 개발 초기 단계 때 테슬라는 대만 TSMC를 파운드리 단독 파트너로 점찍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3개월 전부터다. 삼성전자는 4㎚ 등 최첨단 공정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을 TSMC와 비슷한 수준인 75%까지 끌어올리며 HW 5.0 파운드리 수주에 나설 기반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머스크 CEO를 만나 가격, 서비스 등과 관련해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계약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테슬라가 이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삼성, TSMC를 복수 공급사로 선정하는 방안과 삼성에 100% 위탁하는 안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동차용 최첨단 칩 파운드리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기술 개발·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세계적 자율주행 칩 업체인 모빌아이(인텔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 자회사), 암바렐라의 최첨단 칩 물량을 수주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이번 테슬라 HW 5.0 수주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첨단 칩 파운드리 경쟁에서 대만 TSMC에 일격을 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