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FTA 네트워크 완성에 전념할 때

中경제 둔화, 대안시장 확대 시급
멕시코와의 FTA 협상 절호 기회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을 해제했는데도 올해 2분기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쳐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을 또다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사상 첫 대중 무역적자, 14년 만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해 무역구조 개선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을 대신하는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로 ‘알타시아’(대안 아시아 공급망)가 거론되듯 수출시장 중국의 대안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의 완성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비교적 FTA 협상을 뒤늦게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제조업계의 과잉 생산, 공급 과잉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급기야 1997년 외환위기를 당한 뒤 정부는 부문별 개혁 조치를 취하면서 통상 분야에서 FTA 추진을 결정했다. 해외시장에서의 관세 차별 등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한 ‘동시다발적인 협상 전략’으로 한국은 21건의 FTA를 체결, 59개국을 네트워크에 포함한 FTA 대국이 됐다.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래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한 데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는 지정학이 지경학을 대신해 세계의 FTA 기운은 활력을 잃었다. 이런 판국이지만 무역으로 생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통상 나침판을 내려놓을 수 없다. FTA 네트워크에 누락된 국가들과의 협상 완수는 물론 기존 FTA의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1조5000억달러 이상인 세계 15대 경제대국 중 한국이 FTA를 체결하지 못한 국가는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뿐이다. 한편 인도, 멕시코, 베트남은 미·중 무역전쟁의 어부지리로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른바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의 수혜자로서 대중국 투자 리스크를 피해 인접국 또는 안전지대로 투자를 전환하는 테슬라,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의 종착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분류의 접점에 멕시코가 자리하고 있다. 멕시코 환율은 2년 전 달러당 21페소에서 최근 16페소대로 떨어져 소비자 구매력이 급상승했다. 한국은 인도, 베트남과 FTA를 운영 중이니 현시점에서는 한국의 FTA 우선 상대로 멕시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한국은 2006년부터 협상 분야를 넓혀가며 멕시코와 FTA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멕시코 제조업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2016년 정상 방문을 계기로 재개될 듯하던 협상은 다시 멕시코의 좌파정권 집권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사이 한국은 자동차, 전자, 철강산업 등 430개 기업이 멕시코에 투자해 1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 중국에 이어 멕시코의 제3위 교역국 지위를 놓고 캐나다, 독일과 경쟁하는 위치까지 왔지만 FTA 비체결국으로서 갖는 법적·상업적 한계는 여전하다.

다행히 최근의 니어쇼어링 추세는 역설적으로 멕시코 좌파정권에 개방과 외국인 투자 보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외교부 고위 관리의 한·멕시코 FTA 지지 천명에 이어 지난주 처음으로 한국과의 FTA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의회TV로 생중계됐다. 대미 의존도 경감을 추진한 현 정권은 지정학적 이유로 대미 무역 비중이 확대되자 무역 다변화 방안의 하나로 한국과의 FTA를 재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멕시코의 정권-산업부문별 역학관계, 멕시코의 아시아 진출 기반 강화 및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 유치 필요성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고도의 통상외교를 펼친다면 한국은 FTA 네트워크 완성을 통한 대안시장 확대의 길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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