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알아서 광고 '뚝딱'…기업 돕는 B2B 벤처에 돈 몰렸다 [긱스]

상반기 시리즈A 투자 지형도

환경·SaaS 뜨고 콘텐츠·쇼핑 주춤
고객 관리 등 AI 솔루션 업체 주목

SK와 협업하는 퀀팃, 300억 유치
'자동 글쓰기' 뤼튼은 150억 조달

고금리 여파로 1000억 '대어' 실종
KB인베스트, 10개사에 투자 집행
고금리 여파로 인한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비상장사 투자 지형도 확 바뀌었다. 지난해 상반기 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금이 몰렸던 콘텐츠·쇼핑·자동차 분야는 주춤해지고, 올 상반기 매출 기반 성장이 가능한 에너지·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물류 분야가 부상했다. 1000억원대 ‘대어급 투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돈 버는 스타트업 찾아라”

그래픽=이정희 기자
19일 스타트업 정보업체 더브이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121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시리즈A 단계에서 894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상반기 2조2089억원(233개 기업) 대비 60%가량 감소했다. 시드(초기) 투자 이후에 진행되는 시리즈A는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통할지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벤처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하면서 사업모델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종별로는 환경·에너지 분야에 가장 많은 1236억원(13.8%)이 몰렸다. 인프라, 고객·인사관리 SaaS 등 기업 서비스(엔터프라이즈) 분야 투자 비중은 지난해 4.1%에서 9.2%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린 콘텐츠 분야는 13.6%에서 3.8%로 쪼그라들었다. 커머스 플랫폼 인기가 식으면서 쇼핑 분야 투자 비중도 8.8%에서 2.2%로 줄었다.

스타트업 가운데 시리즈A 투자금을 가장 많이 유치한 곳은 만보기 앱 ‘캐시워크’ 운영사 넛지헬스케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캐피탈, 신한투자증권 등으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넛지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79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2016년 법인 설립 이후 첫 투자를 받았다.

○B2B 솔루션 기업에 뭉칫돈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B2C 플랫폼보단 기업에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잇달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인프라, 인사·고객 관리를 넘어 마케팅·광고,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미국 벤처투자사 버텍스US의 이인식 대표는 “기업이 경쟁사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제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 유망하다”고 꼽았다.

SK C&C와 유가증권시장 종목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한 인공지능(AI) 핀테크 기업 퀀팃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탄소발자국 생애주기 관리기업 글래스돔은 에이티넘파트너스 등으로부터 860만달러(약 115억원)를 조달했다.

생성 AI 기반 광고 카피 등 글쓰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150억원), AI 기반 광고영상 자동 제작 솔루션 ‘브이캣’을 선보인 파이온코퍼레이션(105억원), 동영상 리뷰 플랫폼 ‘브이리뷰’를 운영하는 인덴트코퍼레이션(125억원), 라이브커머스 솔루션 기업 라라스테이션(85억원), 3D 콘텐츠 엔진 개발사 엔닷라이트(101억원) 등 다양한 분야의 솔루션 기업에 돈이 몰렸다.기업용 머신러닝 운영관리(MLOps) 솔루션을 제공하는 래블업(105억원), 보이는 ARS 솔루션 기업 콜게이트(100억원), 인사관리 SaaS 기업 레몬베이스(70억원), 그룹웨어 SaaS 기업 비즈니스캔버스(50억원)도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다.

○친환경·물류 분야 부상

스마트 물류와 친환경은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분야다. 드론 기반 재고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비거라지는 LB인베스트먼트, 크로스로드파트너스 등 투자사가 몰리면서 243억원을 조달했다. 브이원텍이 인수한 물류 로봇회사 시스콘은 산업은행과 SBI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을 받았다.

물류 차량에 최적 이동 경로 솔루션 ‘루티’를 제공하는 위밋모빌리티와 빠른 소형 화물 배송서비스 ‘딜리래빗’을 운영하는 딜리버스는 이색적인 물류 서비스를 앞세워 각각 60억원, 46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선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 외에 친환경 중저온 리튬이온 2차전지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알디솔루션이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으로부터 총 80여억원을 투자받았다. 친환경 에너지 전문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루트에너지도 45억원을 투자받았다.

○대어 사라진 신규 투자

바이오·의료 분야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하게 11%의 투자금이 몰렸다. 신약 개발사에 신규 투자금이 집중된 가운데 병원경영지원서비스(MSO) 기업 메디빌더(90억원), 근골격계 재활 운동 치료 앱 ‘모라’를 개발한 에버엑스(80억원)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자동차 분야는 지난해 진모빌리티, 포티투닷 같은 대어급 투자가 사라졌다. 정비소 매칭 플랫폼 ‘닥터차’를 운영하는 오토피디아가 13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가운데, 셔틀버스 공유서비스 ‘셔틀콕’을 운영하는 씨엘모빌리티(50억원)와 주유소 정보 앱 ‘오일나우’를 운영하는 퍼즐벤처스(35억원)가 투자를 받았다.

○KB인베스트·산은 최다 투자

올 상반기 시리즈A 투자를 가장 많이 한 투자사로는 KB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이 꼽혔다. 각각 10개 회사에 투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중소기업은행은 8건, 신한벤처투자는 7건의 시리즈A 투자를 집행했다. 아주IB투자·신용보증기금·하나증권(6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우리벤처파트너스(5건)가 뒤를 이었다.지난해 상반기 시리즈A 투자를 많이 한 투자사 상위 5위에 들었던 포스코기술투자, 롯데벤처스, 나우IB캐피탈, 미래에셋벤처투자, 신한캐피탈, 위벤처스, 인라이트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하나벤처스는 주춤한 행보를 보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