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이터치, 서울의 감성을 터치하라

박동진 이크루즈 대표
올해로 9회차를 맞은 ‘서울국제트래블마트(SITM·Seoul International Travel Mart)’는 해외 바이어 354곳, 국내 셀러 414곳이 등록해 작년(607개사) 대비 26.5%가량 참여가 늘었다. 사전상담 매칭(PSA) 건수가 2700건을 넘는 등 엔데믹 시대를 맞아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1 대 1 대면 미팅에서 만난 해외 바이어들의 고충을 되새기며 서울이 세계 5대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15년 전 한국에 처음 왔다는 국내 최대 인도 여행사 대표는 올해 한국관광공사와 인도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협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SITM에 3년 연속 참가했는데 최근 인도뿐만 아니라 중동 및 중앙아시아 마이스 단체들이 K컬처를 느끼고자 한국을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급격히 성장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는 정반대로 실제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서울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는 데는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행사장과 음식이다. 80~100명 규모로 많이 열리는 인도 마이스 행사는 사실 호텔 등 행사장을 구하기 어렵지 않다. 다만 인도인을 위한 힌두 음식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은 찾기가 매우 어렵다. 행사장이나 호텔에서 준비가 안 된다면 외부 음식점도 찾아볼 수 있지만 8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커리 전문점은 2~3개의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뿐이다. 1인당 5만원 내외의 식사비용을 한 끼에 지불하기에는 4박5일 일정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마이스 행사가 식사를 이유로 서울이 아니라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그 자체로 이미 매우 매력적인 도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계 5위의 관광 마이스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13억 인구의 인도, 2017년 기준 18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인을 위한 음식점 인프라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무슬림을 위한 할랄은 얼마나 더 부족할 것인가.

지난달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다녀온 베트남 로드쇼에서는 하얏트리젠시호텔 조식 뷔페에 할랄, 커리, 일식, 한식, 태국식 음식이 모두 준비돼 있었다.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사회적 자산은 우리가 이미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리가 세계 5위의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 자그마한 배려로 관광객들의 감성을 ‘터치’해야 한다. 존 나이스비트가 말한 ‘하이터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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