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공 SW 대란, 문제는 정부에 있다

김진원 IT과학부 기자
“차세대 지방세입 정보시스템 구축사업도 똑같아요. 발주서에 없는 주문이 계속 쏟아지지만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 A사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이 3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 ‘위기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시리즈를 언급하며 “단가 맞추기에 급급해 SW 품질에는 신경을 쓰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차세대 지방세입 정보시스템은 자동차세, 주민세 등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지방세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국 24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사용 중인 시스템을 개편해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것이 정부 목표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이 사업을 진행 중인 A사에 발주서에 없던 내용을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 세입·세출 시스템과 연동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A사는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힐 것이 두려워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있다.

변경된 사업 내용을 감안해 비용을 올릴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과업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 눈치에 과심위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공공 SW 수준을 높이기 위해 사업비 100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에 한해 대기업의 참여 제한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개통한 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오류가 한 달째 이어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렸지만 대기업들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정부의 변덕을 맞추면서 이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차세대 지방세입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도 사업자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2020년 예외적으로 대기업 참여를 허용받은 삼성SDS가 1차 사업을 진행했지만, 후속 사업에선 수익성 등을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그 후 세 차례 유찰을 거처 네 번째 입찰에서 겨우 사업자를 선정했다.

정부는 프로젝트 발주 단계에서부터 과업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사업 내용이 추가되거나 변경될 경우 비용을 제대로 정산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 SW 시장을 외면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 피해는 국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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