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섯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외국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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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인베스트코리아 대표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 실적이 171억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과거 최고치는 2018년 158억달러였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미국, 유럽으로부터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세계적으로 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함께 이룬 큰 성과다.
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 이후 본격적인 FDI 유치 노력이 시작됐다. 이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세계 경제위기 때마다 FDI는 이를 극복하는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현재 외국인투자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매출의 11%, 고용의 6%, 수출의 21%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지금 세계 각국에선 첨단기업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점에서 세계 2위 전력 반도체 기업인 온세미(미국),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도성을 높이는 카본블랙을 생산하는 이메리스(프랑스) 등 첨단분야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반기 비수도권 신고액은 3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세계 1위 2차전지 양극재 기업 유미코아(벨기에)는 충남 천안 양극재 생산공장에, 세계적 첨단 소재 기업인 도레이(일본)는 전북 군산 새만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에 투자를 결정했다. 새 일자리 창출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도 있었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1월 다보스, 4월 미국, 6월 유럽에서 31억달러의 투자 유치 성과를 끌어냈다. 정부는 3월 첨단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총력 지원 과제를 선정했고, 2042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 등 15개 지방에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인베스트코리아도 4월부터 싱가포르, 홍콩, 서울, 일본 기업설명회(IR)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투자 환경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이런 정부의 노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인베스트코리아는 오는 11월 6일부터 8일까지 부산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초청해 ‘인베스트코리아서밋’을 연다. 해외 유수의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지자체는 지역의 특화형 클러스터 청사진을 밝히고, 정부는 국가 총력 지원책을 설명한다. 기업들은 기술의 우수성과 혁신 성장 가능성을 알리는, 한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 지형을 세계에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응변창신(應變創新)이라는 말이 있다.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한다는 뜻이다. FDI는 글로벌 복합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성장 동력이다. 이를 활용하면 수출, 고용, 지역경제, 경제안보, 첨단산업까지 다섯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