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5조 베팅…HMM 품고 亞 최대 해운사 만들 것" [한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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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현 SM그룹 회장, HMM 인수 도전장우오현 SM그룹 회장은 19일 서울 마곡동 SM그룹 R&D(연구개발)센터에서 한 인터뷰 내내 “아무리 양보해도 HMM의 적정 인수가격은 4조500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4조원가량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40.94%의 지분을 가져오는 대가로 충분할 것이라는 얘기다.
"산은, 전환사채 1조원 전환땐
매각가 8조5000억원에 달해
국내에서 인수할 회사 없어"
"적정가는 최대 4조5000억원
1원이라도 비싸게 안 사겠다
인수 불발땐 규모의 경제 불가능
SM상선 팔고 해운업 손뗄 것"
우 회장의 발언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적정 인수가를 넘을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경영난에 빠진 HMM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30년 만기(이자 연 3%)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조68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조원어치만 주식(전환가 5000원)으로 전환해도 현 주가가 유지된다고 할 경우 4조원 가까운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HMM 주가는 1만90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산업은행이 1조원가량의 전환사채를 먼저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게 하면 입찰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1조원만 전환해도 인수 자금은 4조원이 뛴다. 그러면 8조원을 들여 HMM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얘긴데, 우리뿐 아니라 그 돈을 들여 HMM을 인수할 국내 그룹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인수를 포기하겠다. 우리 정부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았을 때) 배임행위를 우려하는 것 같은데, 1조원을 넣어 4조원을 거둬가는 건 매각하지 않으려는 의사로 시장에선 받아들일 것이다. 세계적 해운사인 MSC의 국적은 스위스다. 스위스는 알다시피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이다. 내륙국에서 글로벌 해운사가 탄생한 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대승 차원에서 접근해 야 한다.”
▷대안이 있는가.
“전환사채는 말 그대로 대출이다. 산은이 HMM에 대출해준 만큼 이자율을 붙여 회수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게 수많은 HMM 소액주주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인수를 위해 최대 4조5000억원을 마련했다고 했다.
“최대 금액이 그렇다. 적정 인수가를 4조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 금액도 우리뿐 아니라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엔 부담스러운 규모다. (인수가로) 4조5000억원에서 1원이라도 더 써낼 마음은 없다. M&A(인수합병)란 원래 그런 것이다. 돈이 없으면 인수는 못하는 것이다.”
▷4조5000억원이 적정가라고 보는 기준이 있는가.“작년엔 HMM이 10조원의 이익을 냈다. 그것만 보면 싼 인수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운업은 사이클을 크게 탄다. 그 전 10년간 거의 손실을 봤다. 해운업의 호황 사이클이 작년에 끝났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오랫동안 견뎌낼 회사가 HMM을 가져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는 인수하면 빚내지 않고 경영할 것이다.”
▷인수전에 뛰어들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 나이가 일흔둘이다. 더 바라는 것도 없고, 국내 해운업계를 살리고 아시아 최대 해운사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식으로 아시아 최대 해운사로 만들 것인가.
“2016년에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과 아주 노선만 따로 떼어낸 사업부를 인수했다. 그게 SM상선이다. 계열사로 대한해운도 있다. HMM을 인수하면 SM상선과 합병시킬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노선 합리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날 것이다.”
▷SM그룹이 HMM을 가져가는 게 버겁다는 얘기도 있다.
“세간에선 우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말을 하는데, 맞지 않는 말이다. 새우가 어떻게 고래를 삼키는가. 고래니까 고래를 삼키는 것이다.”
▷입찰을 포기하거나 입찰에 들어가도 인수에 실패할 수 있다.“HMM을 인수하지 못하면 SM상선 등 그룹의 해운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미 관심을 보이는 외국 기업들도 있다. 규모의 경제가 안 되면 해운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다른 사업을 할 생각이다.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