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소송 또 기각…법원 "자원배분 기여"(종합)

항소심 "주택용 소비자가 요금 더 부담한다 볼 수 없어"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이 전기요금 누진 체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2심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강재철 부장판사)는 19일 김모씨 등 68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2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누진요금은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해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고, 이를 통해 전력수급이 안정되면 주택용 전기사용자들도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이익을 얻게 된다"며 "누진제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전기는 한정된 자원과 설비를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소비를 억제하지 않을 경우 전력이 고갈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력 소비를 억제할 정책적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산업용 전기 등은 계절·시간대별로 요금제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누진제와 관계 없이 전기 사용을 억제할 필요성이 이미 존재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전기 사용량에 비례해 부과되는 요금)을 합산해 결정되는 전기요금의 구조를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항상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택용 전기의 전력량요금이 산업용 전기보다 높은 것은 맞는다"면서도 "다만 기본요금은 주택용 전기는 누진구간별로 부과되고, 산업용 전기는 설비 용량과 최대수요 전력을 기준으로 부과돼 전력량요금만을 기준으로 주택용 소비자가 더 많은 전기요금을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2015년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산업용 전기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기존에 납부한 전기요금 일부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누진제 개편 이전인 2016년 11월까지 주택용 전기요금 단가를 6단계로 차등 적용했다.

처음 100kWh까지는 kWh당 전력량 요금이 60.7원이지만, 500kWh를 초과하는 6단계에 들어서면 11.7배인 709.5원이 되는 식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 요금 단가도 높아지는 구조였다. 앞서 대법원도 올해 3월 주택용 전력 소비자 8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 소송 상고심에서 "누진제는 전기 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도입됐다"며 최종적으로 한전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전국에서 제기된 20여건의 누진제 소송 중 2017년 인천지법이 유일하게 1심에서 소비자의 승소 판결을 했지만 2심에서 뒤집혔고, 다른 사건의 하급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단이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