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집 떠내려갔는데…인터넷 해지 위약금 내랍니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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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하는 수재민에 '해지 위약금 요구' 논란“폭우에 집이 떠내려갔는데, 인터넷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랍니다.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정말 해도 너무합니다.”
LG U+, 천재지변 대응 매뉴얼 없어
KT 약관엔 '천재지변 위약금 면제 안 돼'
SKB·KT, 6개월~1년 이용정지는 가능
최근 ‘극한 호우’로 수재민이 된 경북 예천군 김모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하루아침에 침수 피해로 집을 잃고 당장 인터넷 요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한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셔야 합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절규했다. “이제 인터넷을 쓸 집도 없는데, 요금 부담에 위약금까지 마음만 더 다쳤어요.”20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고객의 해지 요청에서 위약금을 요구해 논란이다. LG유플러스 측은 “가입 약관상 천재지변 관련 대응 매뉴얼이 따로 없어서 상담 과정에서 그런 안내가 나간 것 같다”며 “전날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 내부 회의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해지 위약금 면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폭우·태풍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특수재난지역으로 선포돼 건강보험료감면, 전기요금감면, 통신 요금감면, 도시가스 요금감면 등이 적용된다. 정부가 특수재난지역을 선포하고 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서비스 공급사업자 등은 대응 방안에 대한 회의를 연다. 인터넷이나 인터넷TV(IPTV) 등 주요 통신 요금은 피해 기간 면제되거나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일각에선 3대 인터넷서비스 공급사업자 모두 수재민 등 특수재난 피해 대상에 대한 예외 규정에 적극적이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KT가 이용약관 제2장13조에 ‘천재지변, 정전 등 불가항력 사유 또는 이용고객의 고의나 과실로 서비스 제공이 불가한 경우 할인반환금(위약금) 면제가 불가하다’고 명시해놓은 게 대표적이다. KT 측은 “실제로는 특별재난지역에 대해 인터넷 월정액을 50% 면제해주는 등 추가 지원을 한다”며 “주택 전소 등을 이유로 장기 이용중단을 요청하면 1년까지는 요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LG유플러스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회의를 열고 위약금 면제나 요금 면제 방침을 결정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구조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약관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특별재난지역에 대해선 나중에라도 요금 면제를 소급 적용해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며 “관련 대응 약관이나 매뉴얼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그나마 특수재난지역에 대해 6개월 간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 ‘이용정지’를 해주는 대응 매뉴얼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재난 지역에 대해선 내부 응대지침을 통해 이용정지 또는 장비변상금·위약금 면제 후 해지 처리를 해드린다”며 “서비스 이용이 불가한 경우 이용료나 위약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극한 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청·경북 일대의 13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된 13개 지자체는 충북 청주시·괴산군, 세종시, 충남 공주시·논산시·청양군·부여군, 전북 익산시, 경북 영주시·문경시·예천군·봉화군, 전북 김제시 죽산면이다. 이들 지역의 수재민들은 재난지원금·주택복구비는 물론 납세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 추가 지원받을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