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에 들끓는 교단…"교권이 바닥 치고 지하로"

학부모 악성 민원 다반사…교사 93% "아동학대 신고 우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교직 사회가 들끓는 분위기다. 아직 사건 경위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인터넷 등을 통해 떠도는 이야기 가운데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사례를 '고발'하는 글들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6학년 담임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최근 교권이 추락하고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증가한 상황을 감내하던 교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지도는 물론 학부모와의 소통 과정에서 폭언·폭행이나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지난해 충남 천안에서는 손자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으려던 할머니가 교사와 다투는 과정에서 폭언과 삿대질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담임교사를 통해 아이가 전화기를 실수로 다른 친구의 신발주머니에 넣었다고 말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학부모가 교감에게 찾아가 담임교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 것과 공개적인 장소에서 폭언과 삿대질을 한 행위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인천에서는 2021년 11월 30대 학부모가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수업 중이던 교사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이 학부모는 자기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는 통보를 받고 다른 남성 2명과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폭행하고 교실에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리를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언론에 알려진 사례 외에도 학부모의 폭언·욕설이나 악성 민원,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 등에 시달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고소를 당한 것을 두고 '기분 상해죄'라는 자조섞인 표현이 나온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을 일컬어 '명퇴 도우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특히 최근 서초구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학교 현장이 들끓는 것 자체가 이미 교권 추락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교직 사회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교단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6천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당시에도 응답자의 92.9%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21년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육활동 침해 2천269건 중 7.5%(171건)는 학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침해였는데 이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교육부와 현직 교사들의 분석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코로나19 시기 학생의 심리정서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월∼7월 초·중학교 교직원 2천869명(총 2만6천3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들은 학생을 이해하거나 돕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학부모의 비협조'(55.8%)를 꼽았다.

'과중한 업무'(43.4%)나 '학생의 비자발성'(35.1%)보다 학부모의 협조를 얻기가 더 어렵다고 답한 것이다. 서울지역 한 학교 교장은 "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요구해서 시도 때도 없이 문자와 전화로 납득이 되지 않는 요구를 하는가 하면, 뾰족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담임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예뻐하지 않는 것 같다며 바로 교장실로 밀고 들어와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다"며 "교권이 바닥을 치다 못해 바닥을 뚫고 들어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