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깜짝 방중, 미국의 中과 군사관계 개선 다급함 반영"

中전문가 "美, 중국군 대만 무력시위에 中과 군사 접촉 원해"
100세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중국을 깜짝 방문한 것은 중국과의 군사 관계 개선을 긴급히 필요로 하는 미국의 다급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가 주장했다. 미국 외교계의 거두인 키신저 전 장관이 베이징을 찾아 가장 먼저 만난 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다.

다만 미 국무부는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으로부터 키신저의 방중 계획을 전해 들었다면서, 키신저의 방중은 개인 자격으로 이뤄졌고 미국 정부를 대표해서 간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사회과학원(CASS)의 루샹 선임연구원은 이 매체에 미국이 중국보다 양국 간 군사 소통 채널 재개에 훨씬 더 다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루 연구원은 그런 미국의 상황은 인민해방군이 연일 대만을 향해 무력시위를 펼치는 데서 기인한다고 봤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중국군은 거의 매일 대만을 향해 고강도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다.

대만군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전투기를 발진하는 등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 루 연구원은 "미국은 인민해방군이 대만 근처에서 군사 활동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 중국과의 군사 접촉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며 "그것이 미국의 다급함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신저와 리 부장의 만남은 지난주 셰펑 주미 중국대사와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 간 이례적 회동에 이은 것이라고 SCMP는 짚었다.

앞서 주미 중국대사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셰펑 대사가 '약속에 응해(잉웨·應約)' 래트너 차관보를 만났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셰 대사는 미중 양국 군의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미국이 장애물을 제거하고 어긋남을 관리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2018년 러시아로부터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를 들어 리 부장(당시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은 올해 3월 이런 리 부장을 국방부 수장으로 임명했다.

중국은 미중 군사 소통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리 부장에 대한 제재가 리 부장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대화를 막는 것은 아니라고 SCMP는 지적했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저우보 선임연구원은 키신저와 리 부장의 회담은 양국 군사 관계를 개선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SCMP에 "키신저는 아마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의 입장이 매우 분명하기 때문에 그 회담이 관계 개선에 별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국방부 또는 외교부를 통해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다른 탈출구가 없고 나는 그들이 무슨 계획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