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국 혼돈 속으로…'총리도전 실패' 제1당, 야당 되나

탁신계·군부 진영 결탁 가능성…전진당 지지자 시위 나서
태국 5월 총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제1당 대표의 총리 도전이 좌절되면서 정국이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총선 직후 야권 8개 정당의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하며 "내가 태국의 30대 총리"라고 외쳤던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의 낙마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일단 차기 정부 구성이 안갯속이다.

정부 구성의 기회는 제2당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으로 넘어갔다. 프아타이당이 전진당을 배제하고 새로운 연정 구성을 추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촌라난 스리카우 프아타이당 대표는 "현재로서는 여전히 야권 정당들과 손을 잡고 있다"며 "더 많은 정당이 참여할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타 대표에 대한 의회 투표 결과에서 확인된 것처럼 보수 세력의 협조 없이는 프아타이당도 정권을 잡기 어렵다. 총선에서 전진당(151석)과 프아타이당(141석) 등 야권 연합이 확보한 의석은 하원 500석 중 312석이다.

총리 선출에는 상원 의원 249명도 참여하기 때문에 과반을 위해서는 60여표가 더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른 진영 정당을 끌어들여야 하지만, 왕실모독죄 개정을 추진하는 전진당의 존재가 장애물로 작용한다. 팔랑쁘라차랏당(PPRP), 품짜이타이당 등은 전진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2014년 쿠데타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의 PPRP는 총선에서 40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PPRP와 손잡으면 상원의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군부 정당은 아니지만 현 연정에 참여한 품짜이타이당은 71석을 가진 제3당이다.

품짜이타이당 대표인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은 "전진당이 포함되면 프아타이당이 주도하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선출을 위한 상·하원 다음 회의는 오는 27일 소집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아타이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전진당과의 결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 프아타이당 소식통은 "PPRP, 품짜이타이당 등의 지지를 얻어 하원 282석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강제로 연정에서 나가게 하지 않더라도 전진당이 남아 있으면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스로 거취를 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전진당은 총리 배출에 실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야당이 된다.

군부는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2019년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통해 집권을 연장했다.

군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원 참여 총리 선출 제도가 군정 시절 개헌으로 만들어졌다.

9년간의 군정을 끝내고 민주 진영 정부 출범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거꾸로 가는 민주화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전날 방콕 민주기념탑 앞에는 전진당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헌재와 상원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 민주화 운동가는 "전진당이 아니라 총선에서 투표한 사람들의 싸움"이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맞서는 싸움은 오늘부터 전국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