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음악·홍콩 영화 넘어 '엄청난 바람'으로…한류를 생각하다(종합)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우리가 사랑했던 [ ], 그리고 한류' 특별전
故 현미 의상·K팝 응원봉 등 720건 소개…'한류의 주역' 팬 문화도 조명
"음반업계에서는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하르족'에 이어 대만에서 엄청난 '한류' 바람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1998년 12월 17일 대만 언론인 '연합만보'(聯合晩報)는 '한류'라는 단어를 썼다.

당시 대만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며 주목받았던 H.O.T., 디바, 주주클럽 등 한국 가수들을 소개하는 내용의 '들어봐! 한류가 온다' 기사에서였다.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류는 이제는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광복 이후 미국, 홍콩,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대중문화와 교류하며 발전한 한국 대중문화의 흐름을 조명하고 한류의 성공 요인을 생각해보는 전시가 열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 현대사 안에서 한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가 사랑했던 [ ], 그리고 한류'를 9월 3일까지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전시는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기까지 문화교류사에서 큰 역할을 한 음악, 영화, 방송 등 자료 720건(약 1천점)을 소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이 관람객을 맞는다.

비디오 대여점, 영화관, 음악 감상실 등을 구현한 전시 영역은 정해진 순서가 없다.

전시를 기획한 권기준 학예연구사는 이날 언론 설명회에서 "한류는 다양한 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면서 역량을 키운 문화"라며 "무엇을 먼저 보든, 경험하든 모두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싸이 등 K팝 인기 가수들을 표지 모델로 내세운 음악 잡지를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무대에 어울릴 법한 드레스 2벌이 관람객을 맞는다.
미8군 무대를 통해 음악 생활을 시작했던 고(故) 현미(본명 김명선), 국내에 댄스 음악 열풍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 이금희가 공연에서 입었던 의상이다.

권 학예연구사는 "미군 부대를 매개로 음반이 들어왔고, 많은 한국 음악인이 공연할 수 있었다"며 "미국과의 교류는 대중문화의 토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빼곡히 전시된 음반 중에는 1956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수 옥두옥(본명 김문찬)의 음반, 한국 최초의 걸그룹으로 주목받은 김씨스터즈의 음반도 있다.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홍콩 영화도 대중문화 발전과 떼놓고 볼 수 없다.

무협·액션부터 누아르, 로맨스물까지 약 400점에 달하는 영화 비디오, 1980년대 국내 중·고등학생들의 '필수품'이었던 왕쭈셴(王祖賢) 사진 책받침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전시에서는 1998년까지 금지 대상이었던 일본 만화와 음악도 다룬다.

일본 만화 출판이 합법화된 이후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 인기 만화를 소개한 잡지 창간호, 일본의 록밴드 엑스재팬(X-Japan) 음반을 비공식적으로 들여온 '해적판' 등이 눈길을 끈다.

핵심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한류로 나아가는 과정을 조명한 부분이다.

'한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대만의 신문 기사, 1999년 문화부(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홍보용으로 만든 음반 등을 통해 한류의 역사를 보여준다.

전시는 오늘날 한류가 있기까지 든든한 지원군이 됐던 팬들도 함께 주목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들의 응원 도구인 '아미밤', 걸그룹 S.E.S.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모아 만든 팬의 앨범, 한정판 굿즈(goods·상품) 등이 함께 전시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40여 개의 응원봉은 그 자체로 한류의 상징이라고 한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한국 대중문화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소통이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오늘날 한류를 있게 한 주역으로서 '한류 팬'을 높이 평가했다.

전시는 한국 대중문화의 힘을 믿은 여러 인사의 말을 보여주며 끝난다.

"우리는 언제나 늘 좋은 영화, 드라마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주목했을 뿐이다. " (2021년 청룡영화상에서 배우 윤여정이 말한 수상 소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