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 내달 美 캠프 데이비드서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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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내달 18일 尹·기시다 대통령 별장으로 초청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다자회의를 계기로 만난 적은 있지만 별도로 회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역사적 결정 이뤄진 장소
시간 구애받지 않고 대화
바이든, 외국정상은 처음 초청
대북 억지력·공급망 구축 논의
3국 정상 정례적 회동 전망도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미국으로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히로시마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했지만 빡빡한 일정 탓에 5분 내외의 약식 환담에 그쳤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미·일 정상회담은 지금까지 세 번 열렸다.눈에 띄는 건 회담 장소다. 백악관이 아니라 캠프 데이비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메릴랜드주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캠프 데이비드는 1942년부터 대통령 별장으로 쓰이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상대에게 친밀감을 표현하기 원할 때 제한적으로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왔다. 백악관을 방문한 해외 정상은 많아도 캠프 데이비드를 다녀온 정상은 소수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역사적인 결정이 여러 차례 이뤄진 공간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이곳에서 구상됐고,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교섭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도 여기서 체결됐다. 한국 대통령 중에서는 2008년 4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유일하게 캠프 데이비드를 다녀왔다.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미·일 정상은 다음달 회담에서 안보와 경제, 글로벌 이슈 등을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주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3국 공급망 구축 등 경제 현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중국의 군사적 위협 확대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3국 간 안보협력 문제, 경제안보 문제, 교류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당국자들은 “당분간 한·미 양국 중심으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3국 정상들이 논의해야 할 의제를 감안할 때 일회성으로 그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는 이날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회의를 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비판하며 불법 자금줄 차단 방안을 논의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