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외화채권 290억달러 발행…국책·시중은행이 절반 이상

'해외사업 확장'에 민간기업 채권 발행, 작년 연간 규모 뛰어넘어
달러화 발행이 75%…발행 가산금리는 1월 이후 점차 하락
하반기 만기도래분 209억달러…"한국물 수요 유지 전망"
올해 상반기 민간기업의 외화채권 발행 규모가 작년 연간 규모를 뛰어넘었다. 흥국생명 사태로 위축됐던 한국계 외화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된 데다, 해외 사업 확장, 유동성 확보 등의 목적으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책은행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의 40%, 시중은행이 15%를 차지하는 등 은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상반기 외화채 순발행 101억달러…1월에 가장 많아
20일 국제금융센터의 '23년 하반기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29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만기도래분(189억달러)을 감안한 순발행은 101억달러였다.
월별로는 선제적 조달 수요가 집중된 1월(101억달러)에 가장 많았고, 3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불안 사태로 가장 적은 29억달러에 그쳤다.

발행 주체별로는 국책은행이 전체의 41%인 117억달러, 민간기업이 64억달러(22%), 공기업 53억달러(19%), 시중은행 44억달러(15%) 등의 순이었다.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이 14억5천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8억6천만달러), NH농협은행(7억8천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민간기업이 상반기 발행한 외화채 규모(64억달러)는 작년 전체 규모(52억달러)를 넘어섰고, 비중 역시 작년 상반기 11%에서 올해 상반기 22%로 크게 증가했다.

SK하이닉스와 포스코가 연초부터 각각 10억달러 규모의 달러채 발행에 나서며 민간부문 채권발행을 견인했다. 보고서는 "작년 흥국생명 사태로 위축됐던 한국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면서 "기업들의 해외사업 확장으로 인한 외화 자금조달 및 유동성 확보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발행 통화 비중은 달러화 75%, 유로화 12%, 위안화 3%, 호주달러 2%, 엔화 1% 등이었다.

달러 대비 낮은 변동성 및 조달비용 등으로 유로화 발행 비중이 작년 9%에서 올해 12%로 증가했고, 호주달러 비중도 증대됐다.
국책은행(Aa2/AA/AA-) 5년 만기 달러채 기준 발행 가산금리는 연초인 1월 120bp(1bp=0.01%포인트)에서 점차 하락, 현재 유통 스프레드는 +64∼67bp까지 축소됐다.

상반기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채권은 달러화 환산 기준 97억달러가 발행돼 전년 동기(118억달러) 대비 18%(21억달러) 감소했다.

이는 고금리 여건 지속에다가 최근 수년간의 'ESG 붐'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으로 추정됐다.
◇ 하반기 만기도래분 209억달러…"한국물 수요 유지 전망"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및 경기 연착륙 기대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하반기 한국물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만기도래분은 209억달러로, 상반기(189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할 예정이다.

이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차환발행 물량이 가장 크고, 외평채 10억달러 규모도 9월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하반기 차환물량 및 선제적 조달분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의 한국물 발행이 예상되며, 견조한 투자수요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풍부한 기존 유동성, 상대적으로 높아진 달러화 조달비용 감안시 하반기 아시아 국가의 외화채권 발행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발행금리의 경우 과거 수준의 낮은 금리는 어렵지만 가산금리의 완만한 축소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최근 신용위험 우려로 발행이 급감한 중국물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우수한 크레딧에 대한 투자자 선호를 흡수할 수 있어 (한국물은) 일정 수준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