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조달러 육박한 블랙스톤…부동산펀드發 리스크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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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간판 부동산 펀드서 대규모 유출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력 상품인 부동산 신탁에 대한 환매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자금 유출이 올해 2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분기 실적에도 악영향 미칠 전망
이미지 쇄신 나선 경영진 덕에 주가 반등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주력 상품인 '블랙스톤부동산투자신탁(BREIT)'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BREIT은 물류센터·아파트·오피스·카지노 등의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약 700억 달러로 총자산은 1250억 달러에 이른다. 투자자들에게 연 12%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것을 앞세웠다.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펀드 건전성 우려가 확산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대규모 환매 요청을 했다. 이에 따라 블랙스톤은 지난해 11월 BREIT 상환 요청의 43%만 승인했다. 인출 요청 규모가 월 한도(순자산 대비 2%)와 분기 기준(순자산 대비 5%)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상환 제한을 발표한 뒤 두 달 간 블랙스톤 주가는 20%가량 하락했다.환매 행렬은 올해까지 연장됐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BREIT에서 유출된 금액은 약 80억달러에 이른다. 순자산가치의 10%에 달한다. 지난달에도 투자자들은 38억달러어치를 환매하려 했다. 다만 블랙스톤이 이 요청 중 17%만 이행한 상태다.
블랙스톤에 처음 맞는 위기라는 관측이다. 1985년 설립된 블랙스톤은 40여 년 만에 운용자산(AUM) 1조달러에 육박하는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로 거듭났다. 주로 상업용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펀드를 운용했고, 기업을 저가에 산 뒤 매각하는 바이아웃으로 가치를 불렸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채권 투자사인 GSO캐피털을 인수하며 세를 키웠다.주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자본을 조달했다. 하지만 부동산 펀드 환매 사태를 계기로 신뢰도를 잃었다. 스티븐 슈워츠만 최고경영자(CEO)와 조나단 그레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대중 홍보전에 나선 배경이다. 두 경영진은 개인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SNS를 개설하고, 미국 경제방송인 CNBC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블랙스톤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하기 위한 취지다.
고위 경영진이 연달아 대중과의 접점을 늘린 것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미국 월가 CEO들은 콘퍼런스나 인터뷰, 포럼 등에서만 모습을 드러내서다. 대중들에게 블랙스톤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다음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패드릭 드와이어 뉴엣지웰스 상무는 "세계 어느 프라이빗뱅크(PB)에서든 블랙스톤 상품을 취급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라며 "그만큼 은행권을 비롯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블랙스톤의 브랜드 인지도가 커진 것을 방증한다"고 짚었다.두 경영진의 노력으로 위기가 다소 완화했다. 블랙스톤 주가는 올해 반등했다. 올 상반기 약 40%가량 상승한 것이다. 19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골드만삭스보다 1290억달러 크다. 펀드레이징(자금 모집)도 순항 중이다. 올해 18개 펀드를 신규 결성해서 1500억달러를 조달할 방침이다.
막대한 자본 조달을 통해 자산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부동산 투자를 비롯해 사모신용, 보험, 헤지펀드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것이다. 카림 라입 T로우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블랙스톤의 자산은 다양한 분야로 다각화 되어 있다"며 "이같은 특징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블랙스톤은 2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