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VC 세쿼이아캐피털 38년 몸담아 온 모리츠 회장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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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관리 펀드 세쿼이아헤리티지에 집중"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세쿼이아캐피털에 40년 가까이 몸담아 온 마이클 모리츠 회장(68·사진)이 퇴임한다.
중국·인도 사업부 분리 이은 주요 조직 개편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세쿼이아캐피털의 로엘로프 보타 매니징 파트너는 전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리츠 회장이 이날부터 세쿼이아캐피털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세쿼이아헤리티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쿼이아헤리티지는 2010년 세쿼이아캐피털과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15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자산 관리 펀드다.보타 파트너는 서한에 “마이클은 세쿼이아캐피털을 세계 최고의 기술 투자 그룹으로 키워내는 데 헌신해 왔으며, 여기에 매우 감사한다”고 적었다. 그는 현재 이사회에서 모리츠 회장이 보유한 자리가 “원만하게 대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리츠 회장이 당분간은 세쿼이아캐피털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을 거란 얘기다.
모리츠 회장은 38년간 실리콘밸리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투자를 주도해 오면서 벤처 시장을 키워낸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영국 웨일스 태생인 그는 미국 잡지 ‘타임’ 기자로 일하던 당시 ‘작은 왕국: 애플 컴퓨터의 비화’라는 책을 썼다. 그가 집필 과정에서 애플 사무실 내부 출입을 허가받고 스티브 잡스 창립자와도 만났던 비화는 유명하다.
애플에 초기 투자했던 돈 밸런타인 세쿼이아캐피탈 창립자와 인연이 닿은 모리츠 회장은 1986년 세쿼이아캐피털에 합류한다. 구글, 페이팔, 야후 등 유명 IT 기업 투자에서 성과를 낸 그는 1996~2012년 공동 경영자로서 전면에 나서 사세를 불려 나갔다. 중국 진출을 결정한 것도 그였다. 그는 당시 ‘스타’로 불렸던 닐 셴을 영입해 중국 지점을 세우고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경영진에서 물러난 모리츠 회장은 성장 기업 투자 전담팀 파트너로 머물러 왔다. 최근까지도 모바일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 식료품 배달 서비스 플랫폼 인스타카트,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 전자상거래 기업 게티르 등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했다.모리츠 회장의 퇴임 소식은 세쿼이아캐피털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지난 6월 이 VC는 내년 3월까지 글로벌 사업부를 미국 인도(동남아시아) 중국 등 3개 독립 기업으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쿼이아캐피털의 “주요 조직 개편 중 하나”라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작년 7월 보타 파트너가 VC의 글로벌 리더 자리에 오른 이후 대대적인 세대 전환을 겪고 있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현재 세쿼이아캐피털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530억달러(약 67조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의 티머시 가이트너 대표의 후임으로 동남아 사업을 이끌어 온 제프리 펄먼(40)이 낙점됐다고 FT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가이트너가 대표에 오른 지 10년 만의 변화다. 펄먼은 워버그핀커스에서 17년간 일해 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동산 사업을 책임져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