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소재 독점하려는 日…삼성전자에 칼 뽑았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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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부활 전략 뜯어보니(5)
日정부계 펀드 포토레지스트 1위 JSR 인수
해외 기업·펀드의 적대적 M&A 사전 차단
'빅5' 중 4곳이 日기업…합치면 점유율 72%

약점을 보강하는 동시에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마련했다. 일본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반도체 소재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지난 6월24일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는 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JSR을 약 1조엔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JSR은 1957년 일본 정부가 세계적인 천연고무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원래 사명도 '일본합성고무'였다. 1969년 민영화 이후 1970년대 후반 포토레지스트 사업에 진출한 게 지금의 주력사업이 됐다.

지분 구도만 봐도 일본 정부의 주도로 이뤄진 거래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한 번 민영화했던 회사를 도로 사들인 것이다.
TSMC는 지난 1월 연간 설비투자액을 최대 360억달러(엔화 환산시 약 5조2000억엔)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앞으로 20년간 총 300조원(약 32조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간 매출이 4088억엔, 순익이 157억엔(2022년 기준)인 JSR이 홀로 쫓아가기는 어려운 규모다.
4조원 정도를 투자해 외국인 보유지분만 사들여도 JSR을 인수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JSR 인수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승인이 장애물로 지적된다.
JIC는 공개매수를 통해 JSR 지분 100%를 확보해 2024년 주식시장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다. 지분 100%를 확보하면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비어있던 첨단 반도체와 최첨단 반도체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거나 자국 기업을 신설해서 채우고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소재 사업은 업계를 통합해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