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후에 담배 피우면…" 충격적 연구 결과 나왔다

"암 치료 후 담배 피우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51% 증가"

세브란스병원, 흡연이 암 생존자 심혈관 위협
"흡연량 줄이는 것 무의미, 아예 끊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생존자가 담배를 계속 피우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 진단 후 새로 흡연하면 담배를 계속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51% 높아졌다. 금연하면 계속 담배를 피우는 사람보다 위험도가 36% 줄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현창‧이호규 교수와 이혁희 강사는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생존자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IF 35.855) 최신호에 실렸다.
흡연은 암은 물론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 치료를 마친 뒤 면역력이 떨어진 암 생존자에게는 이런 흡연의 유해성이 더 클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흡연이 암 생존자의 심혈관질환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생존자의 암 진단 후 흡연 습관 변화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비교·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2006~2013년 암 진단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중 암 진단 전후로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30만9000여 명의 암 생존자다.

이들을 암 진단 전후 모두 흡연하지 않은 '지속 비흡연자'(25만102명), 진단 전에는 흡연하지 않았지만 진단 후 흡연을 시작한 '신규 및 재흡연자'(4777명), 진단 전에는 흡연했지만 진단 후 금연한 '금연자'(3만1121명), 진단 전후 모두 흡연한 '지속 흡연자'(2만3095명) 등 네 군으로 나눠 각 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규 및 재흡연자'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지속 비흡연자'군 보다 51%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금연자'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지속 흡연자'군 보다 36% 낮았다.

김 교수는 "암을 완전히 치료한 뒤에도 우울증 등으로 흡연을 지속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연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구체적 근거는 부족했다"며 "암 생존자에게 흡연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처음 증명한 이번 연구가 암 생존자의 금연 지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