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올해의 책' 저자 한요셉 "하와이에서 삶은 늘 주변인"

핵가족

한요셉 지음
박지선 옮김
위즈덤하우스
416쪽│1만7500원
한요셉 작가. (C)Huan He
한요셉 작가. (C)Huan He

"북한 태생으로 올해 87세이신 이모할머니는 아직도 고향에 남겨진 가족을 그리워하세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목소리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요셉 작가(32·사진)는 "이모할머니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이어 나갈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20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타임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그의 첫 장편소설 <핵가족>에 대해 "6·25 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인한 이민자 가족의 아픔을 그린 책"이라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 하와이로 건너갔다.

<핵가족>은 전쟁과 분단, 이민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살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6·25전쟁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백태우는 평생 고향을 그리며 살았다. 죽어서 혼령이 된 뒤에도 손자 제이컵의 몸을 빌려 월북을 시도한다. 미국에서 자란 제이컵은 생사의 기로를 오가며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한 작가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디아스포라 문학계의 떠오르는 신작으로 화제 됐다. 타임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 작가는 이 소설로 전미도서재단의 '35세 이하 가장 주목받는 작가 5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남북 분단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다 보니, 오히려 제 가족이 겪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의 이야기, 나아가 한국계 이민자로서 저의 정체성을 그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책은 분단 이후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교포들의 설움까지 가미한다. 제이컵이 월북을 시도한 사실이 보도되자, 하와이에 남겨진 그의 가족은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시달린다. 미국에서 새 삶을 꾸리고자 했던 가족의 꿈도 벽에 부딪힌다.

"저는 언제나 하와이에서 주변인 같다고 느꼈어요. '정말 남한 출신 맞나' '너는 잠재적 위협이자, 공산주의자다'라고 놀림당했죠. 전쟁의 여파가 여전히 한인 사회에 남아있다는 점을 담고 싶었습니다." 제목 '핵가족'은 부모,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자녀의 두 세대로 이뤄진 가정을 뜻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소설 속 전쟁의 비극은 대를 이어 계속된다. 책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전쟁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진정한 평화는 가족이 다시 만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

<핵가족>은 향후 출간될 단편집, 장편소설과 묶여 '하와이 3부작'의 첫 작품이 될 예정이다. 한 작가는 조만간 하와이 한인 교포사회를 다룬 단편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미 집필이 끝난 이 작품에선 부모 세대의 이민에 얽힌 사연, 한인 교회 공동체 등 한인 사회의 배경을 더 세밀하게 담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하와이 한인 사회에 대한 장편소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하와이 3부작이 완성되면 하와이를 벗어나 글로벌한 시각에서 새로운 작품을 써보려 합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