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공공재를 시장에서 공급하려면 실패 확률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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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2
(56) 공공재와 시장실패이제 시장실패를 불러오는 요인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불완전경쟁 시장에 대해서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면서 한차례 언급했다. 그 외에 완전경쟁시장에서도 발생하는 시장실패의 요인을 공공재, 외부성, 불완전 정보의 순으로 들여다보자.
상품 구분 기준, 경합성과 배제 가능성
용어가 주는 느낌 때문에 공공재를 정부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학의 정의와는 조금 다르다. 먼저, 상품을 구분하는 두 가지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경합성(rivalry)은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소비자가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줄어드는 성질을 말하고, 배제 가능성(excludability)은 상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의 소비를 배제할 수 있는 성질이다. 배제 가능성은 다시 말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해야 하는 성질이다.네 가지로 구분하는 상품 유형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경합성과 배제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위의 <표>처럼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경합성과 배제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상품을 ‘순수공공재’라 하고, 반대로 경합성과 배제 가능성이 매우 강한 상품은 ‘순수사적재’라고 한다. 국방서비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합성과 배제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유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합성과 배제 가능성이 사적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상품이면 공공재로 분류한다. 사적재는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거래되는 상품이고, 클럽재는 시장에서 공급될 수는 있지만 경합성이 없어 공동으로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대부분 불완전 경쟁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배제 가능성이 없는 상품은 시장에서 거래되기 힘든데, 공유 자원의 경우 외부성에서 다룰 예정이다.공공재 성격
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 가능성이 완전히 없거나 거의 없는 상품이다. 대표적 공공재인 국방 서비스나 호우·태풍·지진 등의 경보는 굳이 나 혼자만 사용할 필요가 없는 상품들이다.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혼자 사용했을 때에 비해 얻는 편익이 감소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상품은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의 사용을 막는 것도 쉽지 않다. 배제 가능성이 약한 상품 중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혼잡성이 작다면 공공재로 구분하고, 그렇지 않다면 공유재로 분류하고 있다. 이 경우 방역 체계나 공중위생 시설, 가로등, 일기예보 등도 공공재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무임승차 문제가 시장실패 불러
공공재가 시장실패를 야기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임승차의 발생 때문이다. 무임승차는 상품을 사용하면서 대가를 지불하는 않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재에 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용 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국방 서비스, 생활에 필요한 각종 경보들, 거리의 가로등 모두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지만, 무임승차가 가능하므로 개인은 비용을 부담하기를 꺼린다. 따라서 이들 상품이 시장을 통해 공급될 경우 개인이 원하는 수준보다 훨씬 적게 공급되거나, 무임승차 욕구가 매우 강하다면 심지어 전혀 공급이 안 되는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시장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하지만, 이는 완전경쟁 시장에서 사적재의 거래에서만 가능하다. 공공재의 경우 시장을 통해서는 사회적 최적 규모보다 적게 공급되므로 시장을 통한 거래가 비효율적 결과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