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첩 의심 억류하곤 호텔비 청구"…85세 미국인 사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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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북한에 관광갔다 42일간 억류됐던 메릴 뉴먼 소개
"월북 미군 병사, 어떤 상황에 있을지 단서 제공" 2013년 10월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국인 관광객 메릴 뉴먼은 북한 관광을 마치고 고려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비행기 이륙을 기다리던 중 기내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의 가족은 물론 미국 정부와 언론도 뉴먼이 억류된 이유를 알지 못했고 북한 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억류 이유는 한참 뒤에야 밝혀졌다. 한국전 당시 북한 지역에서 활동한 반공 게릴라 부대 '구월산유격대'의 군사 고문관을 지낸 뉴먼이 북한 가이드에게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간첩으로 의심받은 그는 42일간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미중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마이크 치노이는 20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뉴먼의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23)이 북한에서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킹은 이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월북했으며 그의 월북 동기와 소재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은 킹의 월북과 관련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치노이 연구원은 뉴먼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그가 북한 억류 당시 겪었던 일들을 책('The Last POW')으로 엮은 바 있다. 치노이 연구원에 따르면 평양 양각도 호텔 방에 구금돼 있던 뉴먼에게 북한 당국이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자기 삶에 대해 빠짐없이 써내라는 것이었다.
당시 85세였던 뉴먼은 14쪽에 달하는 생애 진술서를 썼고 이후 수많은 심문이 이어졌다.
각각의 심문은 몇 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조사관'은 구월산유격대와 관련해 뉴먼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조사관은 뉴먼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항상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심문 과정에서 뉴먼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조사관은 구월산유격대가 몇 번의 공격을 감행했는지, 몇 명을 사살했는지 등 뉴먼이 모르는 일에 관해 물었고 뉴먼은 억지로 이야기를 지어내서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구금된 지 한 달 후 뉴먼은 자신이 중대 범죄를 저질렀고 공개 자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양각도 호텔 1층에 있는 큰 방으로 끌려가 한국전쟁 중에 지울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사죄문'을 읽었다.
그가 사죄문을 읽는 모습은 영상으로 찍혔다.
사죄문을 다 읽은 그는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사죄문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뉴먼은 사죄문을 자기 손으로 쓰긴 했지만 북한 당국이 지시한 단어들을 사용했고 자신이 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길 원했다고 치노이 연구원은 전했다.
당시 뉴먼이 접촉할 수 있었던 사람은 조사관 외에 감시 요원들과 통역사, 의사, 간호사가 전부였다.
특히 심문받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에 네 번씩 찾아와 혈압과 맥박, 심박수를 측정했고 뉴먼은 구금된 지 한 달쯤 지나서야 호텔에서 나와 몇 번 산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 내 미국의 이익대표국인 스웨덴 대사와 면담을 하게 됐을 때도 면담에 앞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사전 연습'을 해야 했고, 면담 당일에는 고위 관리가 와서 뉴먼이 스웨덴 대사에게 해야 할 말만 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뉴먼은 북한 당국이 그가 사죄문을 읽은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뒤에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그해 12월 7일 오전 6시에 찾아온 통역사가 뉴먼에게 옷을 입으라고 했고 한 시간 뒤 새로운 조사관에게서 자신이 풀려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북한을 떠난 뒤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등 구체적인 지침을 들었다고 한다.
미국의 가족 품으로 돌아간 뉴먼은 귀국 한 달 뒤 북한 당국으로부터 호텔 숙박비 등의 명목으로 3천241달러(현재 환율로 약 415만원)를 청구받았다.
분실된 접시 값 3달러도 청구했다.
뉴먼은 미국 국무부 등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비용을 내지는 않았다.
치노이 연구원은 북한이 85세의 뉴먼을 스파이로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보고 그가 사죄문을 쓰는 것으로 체면을 챙긴 만큼 그를 더 붙잡아둬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치노이 연구원은 이번에 월북한 트래비스의 경우 "북한 당국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수십년간 소수의 미군이 월북해 북한에 거주하기도 했지만, 허가 없이 북한에 갔다가 투옥 등에 처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치노이 연구원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월북 미군 병사, 어떤 상황에 있을지 단서 제공" 2013년 10월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국인 관광객 메릴 뉴먼은 북한 관광을 마치고 고려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비행기 이륙을 기다리던 중 기내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의 가족은 물론 미국 정부와 언론도 뉴먼이 억류된 이유를 알지 못했고 북한 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억류 이유는 한참 뒤에야 밝혀졌다. 한국전 당시 북한 지역에서 활동한 반공 게릴라 부대 '구월산유격대'의 군사 고문관을 지낸 뉴먼이 북한 가이드에게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간첩으로 의심받은 그는 42일간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미중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마이크 치노이는 20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뉴먼의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23)이 북한에서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킹은 이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월북했으며 그의 월북 동기와 소재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은 킹의 월북과 관련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치노이 연구원은 뉴먼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그가 북한 억류 당시 겪었던 일들을 책('The Last POW')으로 엮은 바 있다. 치노이 연구원에 따르면 평양 양각도 호텔 방에 구금돼 있던 뉴먼에게 북한 당국이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자기 삶에 대해 빠짐없이 써내라는 것이었다.
당시 85세였던 뉴먼은 14쪽에 달하는 생애 진술서를 썼고 이후 수많은 심문이 이어졌다.
각각의 심문은 몇 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조사관'은 구월산유격대와 관련해 뉴먼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조사관은 뉴먼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항상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심문 과정에서 뉴먼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조사관은 구월산유격대가 몇 번의 공격을 감행했는지, 몇 명을 사살했는지 등 뉴먼이 모르는 일에 관해 물었고 뉴먼은 억지로 이야기를 지어내서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구금된 지 한 달 후 뉴먼은 자신이 중대 범죄를 저질렀고 공개 자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양각도 호텔 1층에 있는 큰 방으로 끌려가 한국전쟁 중에 지울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사죄문'을 읽었다.
그가 사죄문을 읽는 모습은 영상으로 찍혔다.
사죄문을 다 읽은 그는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사죄문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뉴먼은 사죄문을 자기 손으로 쓰긴 했지만 북한 당국이 지시한 단어들을 사용했고 자신이 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길 원했다고 치노이 연구원은 전했다.
당시 뉴먼이 접촉할 수 있었던 사람은 조사관 외에 감시 요원들과 통역사, 의사, 간호사가 전부였다.
특히 심문받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에 네 번씩 찾아와 혈압과 맥박, 심박수를 측정했고 뉴먼은 구금된 지 한 달쯤 지나서야 호텔에서 나와 몇 번 산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 내 미국의 이익대표국인 스웨덴 대사와 면담을 하게 됐을 때도 면담에 앞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사전 연습'을 해야 했고, 면담 당일에는 고위 관리가 와서 뉴먼이 스웨덴 대사에게 해야 할 말만 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뉴먼은 북한 당국이 그가 사죄문을 읽은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뒤에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그해 12월 7일 오전 6시에 찾아온 통역사가 뉴먼에게 옷을 입으라고 했고 한 시간 뒤 새로운 조사관에게서 자신이 풀려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북한을 떠난 뒤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등 구체적인 지침을 들었다고 한다.
미국의 가족 품으로 돌아간 뉴먼은 귀국 한 달 뒤 북한 당국으로부터 호텔 숙박비 등의 명목으로 3천241달러(현재 환율로 약 415만원)를 청구받았다.
분실된 접시 값 3달러도 청구했다.
뉴먼은 미국 국무부 등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비용을 내지는 않았다.
치노이 연구원은 북한이 85세의 뉴먼을 스파이로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보고 그가 사죄문을 쓰는 것으로 체면을 챙긴 만큼 그를 더 붙잡아둬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치노이 연구원은 이번에 월북한 트래비스의 경우 "북한 당국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수십년간 소수의 미군이 월북해 북한에 거주하기도 했지만, 허가 없이 북한에 갔다가 투옥 등에 처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치노이 연구원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